[독자칼럼]김무전/산새들 쉴곳이 없어요

  • 입력 2003년 5월 2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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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전
서울 강서구에는 우장산 근린공원이 있다. 높지 않은 아담한 산이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 삼아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다. 필자뿐 아니라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나무를 볼 수 있다는 데 각별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녹지공간이 부족한 서울에 살면서 가슴이 답답할 때면 이 산에 오르는데 그때마다 심신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강서구청측에서도 산 곳곳에 운동기구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장산에는 숲과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산새도 살고 있다. 요즘 같은 봄이면 산새들은 짝짓기를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곤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산을 찾으면서 산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있다. 자리를 잡으려다가도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 버리는 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럴 때마다 인간이 동물을 자연에서 내쫓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연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공유물이다. 강서구청과 지역 주민들은 힘을 합해 산새 등 날짐승에 대해 배려 해줄 필요가 있다. 즉, 일정한 공간에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함으로써 새들이 안전하게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보호구역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마침 적합한 장소가 있다. 우장산 내에 위치한 활쏘기 연습장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접 지역에 철조망 울타리를 쳐 놓고 ‘접근주의’라는 표지판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이곳 숲이 울창해지고 나무들이 무성해 깊은 산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유독 이 지역에 산새들이 많은 편이다. 활쏘기 연습장측에서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철조망이 산새들에게 ‘천국’을 만들어 준 셈이다.

장소와 지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우장산 등 작은 산에 날짐승을 위한 보호구역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며 자연을 벗 삼아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면 자연은 언제나 보답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김무진 서울 강서구 내발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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