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서상화/고무장갑을 낀 선생님

  • 입력 2003년 4월 1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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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화
초등학교 4학년생과 3학년생 자녀를 둔 가정주부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친구들과는 잘 어울릴까’, ‘기가 죽어 지내는 것은 아닌지’, ‘선생님에게 미움받는 행동은 하지 않을까’ 등등….

필자 역시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 속에서는 늘 학교에서 수업받는 아이들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더구나 둘째딸 아이는 발육이 느려 또래 친구들보다 몸이 작은 데다 마음도 여려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 늘 노심초사하는 편이다. 딸 아이 때문에 필자가 휴대전화를 장만했을 정도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외출했다가 딸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들러보고는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아이가 속한 반에 들러 교실 안을 슬쩍 쳐다보았는데, 딸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혼자서 체육복 차림으로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 교실 청소를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혼자 청소를 하고 계시느냐”고 여쭈었더니, 선생님은 그날 체육수업을 2시간이나 해 아이들이 피곤해하는 것 같아 일찍 귀가시키고 교실 정리를 하신다고 했다. 순간 코끝이 시큰해지고 마음이 찡해 오는 것을 느꼈다. 3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힘드실 텐데, 귀찮은 표정하나 짓지 않고 교실 청소까지 묵묵히 도맡아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믿음과 존경심이 절로 솟아났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잘못을 찾아내려는 감시자로서만 교사를 대해온 것은 아닐까. 물론 교육에 있어 잘못된 행태가 있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교육자들에게는 학부모들이 먼저 힘을 불어넣어 소신껏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날의 경험은 필자가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꿋꿋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도하시는 이런 선생님이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서상화 주부·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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