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암투병중인 美출신 81세 천리포수목원장 민병갈씨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9분


1945년 2차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통역장교로 근무하다 한국에 온 후 충남의 태안반도에 천리포수목원을 조성하는데 여생을 바쳐온 민병갈(미국명 칼 밀러·81)씨가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79년부터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가에 조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18만평에 70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식물의 보고(寶庫). 그는 14일 “내 삶을 다 바친 수목원을 내 나라인 한국 사람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민씨가 세계 60개국과 국내 산야를 돌며 수집한 목련과 400여종, 감탕나무과 370종을 비롯해 양귀비 후박나무 동백나무 분꽃나무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태안반도 해안가에 조성된 이곳에는 회원을 제외하곤 일반인들의 출입을 거의 통제하고 있다. 그만큼 민씨는 자신의 살갗보다 이곳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민씨는 “한국에 정착할 당시 어렵고 힘든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무조건 좋았던 것은 전생에 내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46년 제대한 이후 민간인으로서 미군정청 법무부에 지원해 한국에 온 뒤 52년부터 82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그가 천리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이곳을 방문했던 1962년. 그뒤 땅 6000여평을 헐값으로 구입해 식물을 심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면서 79년‘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그런 그는 올해초 직장암과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많은 사람들이 천리포수목원 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후원인은 모두 470여명.

천리포수목원 인터넷홈페이지(www.chollipo.org). 041-672-9310

<태안〓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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