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NGO, 구조조정하자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52분


최근 국내외적으로 시민운동 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작년도 시애틀 IMF총회의 반대운동이나, 금년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반대운동 등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국제시민운동이 기존의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흐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목적과 수단이 모호한 곳도▼

국내적으로는 수 백 개에 달하는 각종 시민단체가 등장하여 이해 관계에 따른 명분과 실리를 내걸고 각종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라면 이러한 시민운동은 반정부 단체로 다스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한국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그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전문적인 시민운동단체가 등장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지만 그 정신은 우리 현대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해방 전의 독립운동이나 독재정치와 부정부패를 반대한 4·19학생혁명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학생 지식인 종교인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유신독재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운동은 가혹한 탄압을 받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민운동은 극소수의 재야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으로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1980년대에 이르러 신군부독재에 항거한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에는 민주화 시민운동에 의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수립되었으며, 종래와 같은 민주화나 인권운동보다는 노동조합에 의한 노동운동과 여성단체에 의한 여권신장 운동이 전개되었고 개발경제와 성장경제 하에서 외면당했던 환경운동과 경제정의실천운동 등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종래의 시민운동은 전국적인 규모의 거시적 시민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광의의 시민운동이 우리의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로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종래의 거시적인 시민운동이 점차 전문적인 개별단체에 의해 미시적인 시민운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러한 미시적인 시민운동이 거시적인 시민운동의 성과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단체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 그야말로 시민운동의 백가쟁명시대를 연출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아쉽게도 목적과 수단이 모호한 시민운동을 과격하게 전개함으로서 사회적인 혼란을 증폭시킨 경우도 있었고, 시민이 존재하지 않는 직업적인 시민단체가 등장하여 어용적인 시민운동이나 반사회적인 시민운동을 펼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심지어 비대해진 단체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적인 시민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시민운동 단체를 외면하거나 시민단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따라서 시민단체 스스로가 새로운 각오와 정신으로 구조조정과 개혁을 단행함으로서 자숙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나아가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일신하여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감시하고 무질서한 시장경제를 여과하는 미래지향적인 시민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시민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덕으로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탄생했지만 정쟁에 매달려 국민생활과 국가발전을 도외시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시민운동을 계속해야 할 여지는 지금도 많다.

▼투쟁 탈피 합리적 대안 제시를▼

이제 바람직한 시민운동은 단식과 삭발과 농성 등 종래 20세기형 투쟁적 시민운동, 즉 하드웨어 시민운동에서 탈피하여 보다 과학적인 조사와 객관적인 연구,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는 이성적인 시민운동, 즉 21세기형 소프트웨어 시민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시민권력의 시대, 시민사회의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운동도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운동으로 거듭나 21세기형 시민운동단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비정부기구(Non Government Organization)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이종훈(경실련 공동대표, 전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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