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눈에 띄는 번호판 도입을"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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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설치된 무인속도감시카메라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에 ‘촬영방지용’ 특수 스프레이를 사용한 사람이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됐다. 이 운전자는 특수 스프레이를 번호판에 뿌리면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일 때 번호판이 이를 반사해 번호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고속도로 휴게소 부근에서 10여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처럼 각종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고의로 번호판을 훼손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운전자들은 과태료나 범칙금을 내지 않으려고 번호판을 가리고 운행하지만 자칫 뺑소니 사고가 발생하면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번호판 훼손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선진국처럼 야광 반사번호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훼손되는 번호판=번호판을 훼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번호판 주변에 일부러 철제구조물을 부착하거나 흙먼지 등 오물을 뿌려놓기도 한다. 또 바탕색을 고의로 바꾸거나 번호의 일부를 변조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부경찰서는 번호판 번호가 다른 숫자로 보이도록 하얀 종이를 껌으로 붙이고 다닌 차량을 적발하기도 했다.

일부 화물 운반차량은 운반용 간이손수레를 달고 다니는 수법으로 교묘하게 번호판을 가리거나 공사장을 운행하면서 번호판에 달라붙은 흙먼지를 아예 청소하지 않기도 한다.

변조나 훼손뿐만 아니라 아예 번호판을 달고 다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한미군 차량 일부는 자동차등록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상당 기간 번호판도 없이 서울 시내를 질주하고 다닌다. 최근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들을 거리에서 직접 적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 일부 고급수입차 운전자들은 자동차를 등록할 때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허가기간이 지난 임시번호판을 달고 운행하기도 한다.

현행법상 번호판 훼손행위가 드러나면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에 저촉되지만 실제로는 단속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 다른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다 보면 번호판 훼손 여부는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야간에도 잘 보이도록=야간에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밤에도 잘 보이도록 번호판을 좀 더 크게 하고 야광 반사번호판을 다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국은 페인트 도색번호판을 사용하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반사번호판을 의무화했고 중국과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또 현행 번호판의 규격과 색상조합 그리고 글자와 숫자 배열방식도 야간 식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3× 가24××’식의 2열 9자 형식의 번호판은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 뺑소니수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번호판의 악용 실태를 바로잡기 위한 각종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참여수석실은 난폭운전 및 뺑소니사고를 막기 위해 ‘대포차(자동차 원부 명의자와 실소유자가 다른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번호판을 숨긴 대형 난폭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호판 크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건설교통부도 반사번호판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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