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차에 소화기 배치하자”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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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계기로 자동차 화재에 대한 운전자들의 관심과 주의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화재는 전체 화재 건수 중 주택, 공장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높다. 2002년 발생한 화재 3만2966건 중 자동차 화재는 5794건을 차지했다.

자동차는 LPG, 휘발유 또는 경유 등 가연성과 폭발성이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각종 전기 배선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태=지난해 12월 15일 새벽 남산터널을 지나던 시내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승객이 4명뿐이어서 신속히 탈출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처럼 버스에서도 화재발생 위험이 높다. 신형 좌석버스나 고속버스들은 여닫이 창문이 아닌 통유리를 사용하고 있어 차내에 비상탈출용 망치나 소화기를 비치해야 하지만 상당수 버스들이 이를 갖추지 않고 있다.

대구 참사처럼 차내에 화재가 발생해 출입문이 고장나면 탈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내수용에는 가연재료를 쓰면서 수출용 전철 객차에는 불연성 방화 재료를 사용하는 관례가 자동차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국내 7인승 이상의 승합차에는 0.5㎏형 수동형 분말 소화기만 비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수출용에는 이보다 10배 가량 큰 4.5㎏형 대형 소화기를 장착하고 있다.

등록 자동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에 대한 소화기 장착 규정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회사들도 출고시 소화기 장착 의무화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차량 화재 예방조치는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원인=행정자치부 소방국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원인별로 보면 전기 28.8%, 방화 15.6%, 담배 8.7%, 불티 2.3% 등의 순서를 나타내고 있다.자동차에는 각종 전기배선이 장착돼 있지만 출고시에는 절연재가 사용되므로 대체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테리어를 개조하면서 배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아예 교체되는 경우에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

전조등을 밝게 하기 위해 용량을 넘는 전구를 장착하면 배선이 타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다 뒷유리창으로 담뱃재가 들어와 화재를 불러오기도 한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고 실내에서 잠을 잘 때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 변환기가 가열돼 엔진 화재로 이어진다. 충돌 사고시에는 배선 합선에 의한 화재가 수반될 경우가 많은데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의식을 잃고 제때 탈출하지 못하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차량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98년 109명으로 99년 53명, 2000년 57명, 2001년 42명, 2002년 60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예방법=차량화재는 초기에만 대응하면 소형 소화기로도 진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차량 내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간단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차량 제조회사들은 승용차의 경우 소형 소화기를 조수석 하단에 비치하는 것이 좋고 버스 등 대형차량에는 승객들이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장착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또 가급적 외부 개조를 하지 않고 전조등 등은 정격용량 제품을 사용한다. 시동을 켠 채 장시간 차량을 방치하지 않고, 오일이나 연료가 새지 않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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