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빨간색 간판 규제…업체 비상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42분


“빨간색은 안돼.”

눈에 잘 띄는 붉은색 간판을 사용하는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원색 옥외 광고물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

각 자치단체들이 조례에 붉은색 간판 규제근거를 마련한 것은 99년 말경이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직접 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도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업체, 관련 협회 등 55곳에 공문을 보냈다.

▽원색 사용 제한〓서울시의 경우 간판 바탕색에 원색인 적색과 흑색은 50% 이내로 해야 한다. 너나할것없이 경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붉은색 간판을 내걸면 미관을 해치고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는 것이 이유.

원칙적으로 신규 간판은 조례대로 제작해야 하고 기존 간판은 새로 부착허가를 받을 때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각 구청 광고물심의위원회에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원색을 고집하면 ‘무허가 옥외 광고물’로 분류돼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자치단체에 따라 달라 대구의 경우 주황색 등 붉은색과 비슷한 색도 쓰지 못하게 했고 광고물심의위원회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다.

▽업체들의 움직임〓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전통적으로 붉은색 간판을 써 온 SK, LG 등 대기업들과 수백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다국적 외식업체.

그룹의 고유색이 붉은색인 SK는 전국 3800여개에 이르는 주유소 간판이 문제다. SK측은 과거 유공시절부터 굳어진 이미지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 불편함을 감수하고 3년마다 구청 광고물심의위원회에 신청해 옥외 광고물 부착허가를 받기로 했다.

KFC는 일부 매장의 간판을 바꿨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점은 올 9월 붉은색과 주황색을 절반씩 섞고 위 아래에 파란색과 흰색 띠를 배치, 붉은색 비율을 50% 아래로 낮췄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도 빨간색 간판 위에 주황색, 파란색 줄을 덧대는 방법으로 붉은색 비율을 낮추고 있지만 아직 교체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상반된 견해〓업체들은 통일된 이미지 마케팅을 할 수 없고, 당장 간판 교체비용을 들여야 하므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KFC 마케팅팀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상의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라미환경미술연구원 김경영 박사(여)는 “사유물인 건축물이나 간판은 2개 이상 모이면 ‘공적 재산’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프랑스 파리, 미국 보스턴, 일본 교토(京都) 등 주요도시는 훨씬 더 엄격하게 간판을 규제한다”고 맞섰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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