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신도시 개발10년]집값 안정-난개발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57분


경기 고양시 일산(왼쪽)과 성남시 분당의 모습
경기 고양시 일산(왼쪽)과 성남시 분당의 모습

최근 부실공사로 주목을 끈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5대 신도시 개발은 문제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주택보급률 향상과 집값 안정,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등 도시계획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급조된 개발 계획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개발 초기의 공(功)〓집값 안정에 기여한 것이 가장 큰 공이다. 짧은 기간에 30만여가구를 집중 공급함으로써 수도권의 집값, 전세금 파동을 가라앉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1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땅값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파급 효과도 컸다. 토지공사의 ‘수도권 신도시종합평가분석 연구’에 따르면 5개 신도시 건설은 약 31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왔고 12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건설근로자 등 174만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주택산업을 경쟁체제로 바꾸고 소비자들에게 주택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택업체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 주거공간이 다양해졌으며 선진국 수준의 주거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신도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신도시 조성이 붐을 이루고 있다.

▽높은 주거 만족도〓국토연구원이 최근 수도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거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도시 주민들의 주거만족도는 분당지역의 경우 응답자의 75%가 ‘매우 만족’하거나 ‘조금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만족도는 산본 73%, 평촌69%, 일산 55%, 중동 41% 등 기존 도시보다 높다. 계획도시여서 도로망이나 교육 및 문화시설이 체계적으로 잘 짜여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신도시 주민들의 주거만족도는 지난 10년 새 매년 상승해 왔다”며 “특히 편리성(교통, 근린, 교육시설)과 쾌적성(녹지공간, 문화레저시설, 인구 및 주거공간 밀도)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도시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작용〓개발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상업용지를 과다하게 배정했으며 당초 계획했던 업무시설 유치에 실패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살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흠이다. 최근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 백궁 정자지구 상업지역도 개발 초기 정밀한 수요 예측없이 용도를 지정해 10여년간 빈땅으로 놀렸다.

생산시설 등이 없어 신도시는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의 베드타운이 됐다. 이로 인해 자유로 등 신도시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도로는 출퇴근 시간에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건설하느라 자재 및 인력난이 초래돼 부실을 부추겼다. 업체들이 자재를 구하지 못해 중국 등지로부터 질이 떨어지는 시멘트나 철근을 수입해 사용, 신도시 아파트들의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신도시 건설로 건설근로자들의 임금과 수도권 지역 땅값도 단기간에 많이 올라 90년대 이후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신도시 입주 후 상업지역이 본격 개발되면서 러브호텔 성인나이트클럽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이 난립한 것도 주민들의 불만 요인이다. 일산의 경우 러브호텔이 일부 지역에서 학교와 아파트 주변에 밀집해 있어 탁상공론으로 이뤄진 신도시 토지이용계획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 신도시 건설 이후 인근 농촌지역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신도시 주변에 난개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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