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고통-스트레스 벗어나려 마약 손대"

  • 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17분


마약사범의 상당수가 쾌락이나 호기심보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에 빠져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대검 마약부(서영제·徐永濟 검사장)에 따르면 올해 마약류 투약자 자수기간(3월12일∼6월30일)에 자수하거나 가족의 신고로 적발된 마약사범은 1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5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자수자 64명에 비해 1.5배 가량 증가한 것.

검찰은 “지난해까지 1개월이었던 자수기간을 올해 4개월로 늘려 자수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명의 골프선수인 김모씨(28)는 2년 전 도박으로 재산을 날린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들을 키우며 살았다. 김씨는 최근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히로뽕을 투약했다.

김씨는 “히로뽕을 투약하면 정신적 고통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마약을 복용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움이 더 커졌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강모씨(34·건축업자)는 올해 초 부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에 따른 충격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댔고 시각장애인으로 안마사인 박모씨(37)는 신체장애 때문에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히로뽕에 손을 댔다.

교육공무원 박모씨(28)는 수시로 재발하는 허리통증을 덜기 위해 동료에게 얻은 염산날부핀을 22차례나 투약했다. 박씨는 ‘아들을 마약중독에서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어머니의 신고로 검거돼 마약치료보호기관에 입원 치료중이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마약과장은 “젊은층은 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가 많거나 빈곤층인 경우에는 고통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157명의 자수자 가운데 투약 정도가 경미하고 치료 의지가 있는 66명(42%)은 불입건 또는 기소유예하고 지명수배자나 밀거래 관련자, 환각상태 자수자 등 56명(35.7%)은 불구속기소나 약식기소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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