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폐타이어 수거시스템 유명무실

  • 입력 2001년 5월 8일 18시 48분


“폐타이어가 매년 수백만개씩 쌓이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뒷짐만 지고 있으니….”

자동차 보유 대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타이어 생산량이 연간 2000만개 안팎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500만∼1200만개의 폐타이어가 수거되지 않은 채 곳곳에 널려 있거나 산골짜기 등에 몰래 버려지고 있다.

▽방치된 폐타이어〓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폐타이어 회수 및 재활용률은 90% 이상이다. 그러나 8일 한국자원재생공사와 대한타이어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1959만개의 폐타이어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175만개가 회수됐다. 재활용된 폐타이어는 재고량 처리까지 포함해 1327만개.

특히 99년은 1200만개의 폐타이어가 회수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보고됐다. 폐타이어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허술한 회수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 타이어 제조업체 및 수입업체가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예치금을 내고 공동으로 수거하도록 하고 있으며 21개 지정 수거업체가 이를 담당하게 돼 있다. 즉 수거업체가 폐타이어를 수거해 이를 협회에 보고하고 예치금에서 개당 소형은 130원, 대형은 450원을 받아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수거업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운송비와 인건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공장이 수거업을 겸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돈을 받고 수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활용 제대로 안된다〓환경부의 ‘99년 자원 재활용 실적’에 따르면 폐타이어 재활용은 50%를 밑돌았다. 재활용 사례 중 65% 가량이 시멘트공장의 용광로 등에 연료용으로 사용돼 사실상 재활용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일부는 원형대로 토목공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자원재생공사 시설운영팀 정석기대리는 “폐타이어를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 방음 자재와 보도블록 등으로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단가가 높아 찾는 이가 적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생산되는 타이어의 80% 가량은 가느다란 철심이 거미줄처럼 짜여진 것이어서 분쇄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자원재생공사가 연간 150만개를 분쇄할 수 있는 공장을 경기 안산시의 시화공단에 한 곳 갖고 있는 게 고작이다.

▽대책은 없나〓폐타이어 회수 재활용 공급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타이어 업체의 예치금을 높여 실효성을 높이고 수거업체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철심이 든 타이어가 급증(연간 1700만개 생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를 분쇄할 수 있는 시설을 정부가 지방에 2, 3곳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연료용으로 태워 없애는 ‘후진적’ 재활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예컨대 폐타이어를 이용한 보도블록의 경우 시멘트 보도블록에 비해 50% 가량 비싸다.

향우자원개발㈜ 장종찬(張宗贊)대표는 “일본이 4월 1일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재활용품에 대한 구입 조달을 의무화한 ‘그린구입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