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서울대 졸업식 총리 안가나 못가나

  •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37분


26일 열리는 서울대 졸업식이 국무총리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 외부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순수 교내 행사로 단출하게 치르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졸업식은 외빈을 초청하지 않는 순수 학내 행사로 개최된다”면서 “올해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도중에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총리의 졸업식 참석이 무산된 데는 최근 대학가의 ‘심상찮은’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민단체와 대학가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가보안법 개정이 보수층의 반발에 밀려 지연된 데다 서울대가 입학금 수업료 대신 기성회비를 올리는 ‘편법’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

공안 당국은 이런 분위기에서 이총리가 참석할 경우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27∼28일로 예정된 푸틴 러시아총리의 방한 준비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되 ‘속사정’이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라고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때 한완상(韓完相)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일정에 불참할 수도 없어 결국 ‘교내 행사’로 낙착됐다는 것.

그동안 서울대 졸업식은 ‘해프닝’이 많아 대학도, 참석하는 정부 인사도 긴장해온 것이 사실. 역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교육부장관 등은 재임 중 한번쯤 참석하고 싶어하거나 학교측이 먼저 초청해왔다.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은 74년에,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은 94년에 참석했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해 졸업식에 참석해 “서울대 교문을 나서는 순간 서울대 출신이란 사실을 잊어버리라”고 말한 바 있다.

99년 졸업식에는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학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석했다가 경호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총리실이 총학생회의 사과문을 받아내라고 경찰에 지시, 경찰이 가짜 사과문과 변상금까지 마련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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