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３０대 이야기／나를위해 산다］송림高 배구감독 홍해천씨

구팬들에게 홍해천(33)이란 이름은 낯설지 않다. 장윤창 유중탁 정의탁 이재필 등과 고려증권 전성시대를 열었던 전문 수비수. 배구 선수치고는 작은(1m83) 축이지만 그는 쓸모가 많은 재간둥이였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코트의 뒤편에서 몸을 던져 강타를 건져올렸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부지런한 덕택에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까지 거쳤다. 지금 그는 가난하다. 그러나 행복하다. 내달엔 지난 1년여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찾아낸 「송사리」제자들을 거느린 분당 송림고 배구팀의 감독이 된다. 교체 선수조차 없는 달랑 6명 1학년생들이다. 그가 18년 애증이 서린 코트를 떠난 것은 95년 봄. 힘도 부쳤지만 코트속에서 살아온 인생이 온실속 화초같았다. 뭔가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고려증권 양재동 지점에 대리로 발령이 났다. 연봉이 3천만원을 조금 넘었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주식을 사고 팔았다. 고려증권에서 뛸 때 짬짬이 경기대 교육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학위와 교사자격증까지 따냈던 열성파. 주식이라고 다를 게 뭐 있겠는가. 전문 서적을 밤새워 읽었고 자존심은 잊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가며 배웠다. 1년여가 흘렀다. 모두가 그를 「낙하산」이 아닌 증권 분석가 홍해천으로 여길 때쯤 평소 은사로 모셔온 송림고 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조건이 너무 안좋았다. 큰 아들 강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막내딸 나연이가 이제 다섯살. 돈 들어갈 일이 태산같았던 그때 연봉 1천5백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코치도 없었고 선수도 없었다. 『당신 하고픈 대로 하셔요』 아내가 아니었다면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맑은 아내의 미소앞에서 비로소 마음을 굳혔다. 송림고 체육교사로 발령을 받은 그는 일주일에 12시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오후면 「송사리」선수들과 코트를 누빈다. 스카우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지난 1년간은 일주일에 3,4일은 학교에서 먹고 잤다. 『30대는 뛰어야할 나이에요. 나의 길을 가고 있는 내 자신이 누구보다 자랑스럽습니다』 〈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