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유택/혐오시설도 꾸미기 나름

  • 입력 2004년 8월 1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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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택
프랑스에 갔다가 파리 도심의 공원 ‘페르라세즈’를 둘러봤다. 파리 시민과 관광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책 코스이자 조각공원으로, 유럽 특유의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놀랍게도 공동묘지다. 공동묘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필요성은 알지만 내 마을에는 절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이 우리나라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 생활의 쾌적함을 좇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의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이 님비 극복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일부 지역은 ‘인센티브’에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혜택을 못 받는 주변지역이 반대해 지역내 혹은 지역간 갈등을 불러오기 일쑤다.

의식과 발상을 바꿔야 한다. 특정 시설물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무조건 반대하는 님비 의식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근거 없는 것인지 페르라세즈 공동묘지는 보여준다. 파리 페르라세즈 주변의 아파트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조각공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집값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동네마다 한복판에 화장장과 납골당이 조성돼 있지만 이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공동묘지를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의식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비단 묘지뿐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장애인 시설 등 여타의 ‘혐오시설’도 님비가 아니라 ‘핌피(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고장에 유치하려는 것)’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혐오시설을 생활 속의 친화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유택 서울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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