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우정렬/보충수업에 지친 학교

  • 입력 2004년 3월 3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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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고양시의 한 고교에서 7교시 보충수업 도중 교사가 심한 어지러움과 눈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런 불행이 결코 돌아가신 당사자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문계 고교의 하루 일과를 보면 가히 살인(殺人)교육이라고 말할 정도로 벅차다. 학생들은 오전 7시반쯤 등교해 오후 10시, 11시 귀가할 때까지 무려 15시간 안팎을 학교에서 보낸다. 아침에 등교하면 소위 0교시라 하여 오전 8시 이전까지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하고, 곧바로 6∼7시간의 정상수업, 다시 오후 보충수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이 오후 9시나 10시까지 이어진다. 심한 경우에는 오후 11시까지 하기도 한다.

교사 또한 통상 오전 7시 전후에 출근해 야간 자율학습 감독까지 하고 나면 입에 단내가 나면서 몸은 완전히 파김치가 돼 버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생활이 누적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대학 입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우리나라 인문계 고교처럼 학생들을 학교에 15시간이나 붙들어 놓고 강제로 보충수업과 이름뿐인 자율학습을 시키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집은 잠자고 아침식사를 하는 ‘하숙집’일 뿐 가족이라는 의미도 없고 부모와 자녀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다.

꽉 찬 일과에 지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잠자기 일쑤고, 특히 아침 0교시에는 70% 이상의 학생들이 조는 실정이다. 교사 혼자 수업을 하다 종료시간이 되면 나가버리는 것이 예사다.

생명까지 담보로 하는 교내 보충수업 확대를 막아야 한다. 정상적인 일과를 운영하고 일과 후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우정렬 고교 교사·부산 중구 보수동 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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