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신상현/중학생 ‘명품족’이라니

  • 입력 2004년 3월 9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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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외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공항 면세점 등에서 명품을 구경하고 때로는 간단한 화장품 등을 사기도 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명품 한두 개 정도 가진 사람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을 보니 명품이 점차 대중화되는 추세인 듯도 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한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친구였는데, 그에게서 요즘 중학생 사이에 명품이 유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돈을 버는 어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고가 명품 가방을 책가방으로 들고 다니는 학생이 여럿 있다는 것. ‘무슨 돈이 있어서’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요즘 중학생은 정말 유행에 빨라. 어느 연예인이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구두, 머리핀 등을 하고 TV에 나오면 금방 유행하거든. 부모님한테 받은 용돈을 몇 달치 모아 명품을 사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애들도 있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근에 산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 사진을 올려놓고 서로 자랑하고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친구는 덧붙였다. 심지어 혼자서는 사기 어려우니까 친구들끼리 ‘명품계’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명품이 예전에 비해 대중화됐다지만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청소년이나 대학생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건 비정상이 아닐까.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 해야 하고, 다른 기준보다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러한 왜곡된 명품 열풍에 기여한 듯하다.

물론 자신의 돈으로 명품을 사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대부분 여유 있는 특정 구매층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고가 제품이 한국에서는 청소년층에까지 팔리는 현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여건에 맞는 제품을 구매할 줄 모르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

신상현 회사원·서울 중구 남대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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