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원영/車번호판에 자기 이름 어떨까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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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번호판은 일종의 자동차 신분증이다. 번호판 개선에는 미적 측면은 물론 한눈에 읽을 수 있고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번호판은 디자인뿐 아니라 기억의 용이성 측면에서도 미흡했다. 전국 번호판 체제로 가기 위해 지역 명칭을 빼고 예컨대 ‘01라5432’와 같이 숫자와 한글을 조합한 형태로 바꾼 것이다.

물론 글자수를 7개로 줄인 것은 무의미 글자에 대한 인간의 단기 기억 용량이 7±2 정도라는 인지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고려한 것이며, 기존의 번호판보다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이런 번호판을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발상만 바꾼다면 기억의 용이성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번호판에 한글 의미 글자를 4자 이내로 사용하고 일련번호 숫자를 4, 5자 정도 사용하는 것이다. 한글 4자는 외국과 같이 차 소유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하되 기본적으로는 자기 이름을 쓰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한다면 ‘곰돌이’ ‘진달래’ 등 의미를 갖는 별칭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 다음으로 숫자는 임의 배정하는데 숫자가 4자리라면 한글 동일 명칭에 대해 9999건이 등록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등록번호는 ‘홍길동 4824’ ‘진달래 3267’ ‘대한상운 3478’과 같은 형태가 된다. 이런 번호판은 쉽게 기억된다.

스스로 선택해서 번호판에 자신의 이름이나 별칭을 사용하는 것은 차에 인격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예의바른 운전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가 자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하면 행동이 저절로 조심스러워지지 않겠는가.

이원영 회사원·서울 은평구 갈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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