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연수진/外高生법-상대진학 오히려 장려해야

  • 입력 2004년 2월 24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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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17 사교육 대책’에는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할 때에는 상대적 불이익을 주고 외국어고 학생들이 어문계열에 진학할 때에는 내신을 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공계 몰락에 대한 우려가 높은 현실에서 과고생들이 의대로 몰리면 전도유망한 미래의 과학자들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고생들에게 어문계열로만 진학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어는 이제 학습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교나 무역 등의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 공부도 마찬가지다. 인문계열은 물론 자연계 예체능계 공부에서도 영어는 필수가 돼버렸다. 영어 원서를 읽지 못하는 학생은 공부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어학계열로 진학해 해당 언어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법학을 공부하면 국제변호사가 되어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할 수 있을 것이고, 경영학을 공부해 최고경영자(CEO)가 되면 외국에 진출하거나 수출 계약을 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영어 또는 제2외국어를 남들보다 훨씬 잘 구사할 수 있는 인재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이 점에서 외고생들이 법대 등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하면 했지, 막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장려책으로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들을 잃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어문계열로만 진학하게 만드는 정책은 결국 국가의 손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연수진 예비 고등학생·대전 서구 둔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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