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용관/일본식 학교用語 이제 그만

  • 입력 2004년 2월 2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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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 된 지 59년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까지 일제의 잔재가 온존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학년 말 졸업식 때면 특히 그렇다. 초중등학교에서는 졸업식 때 교장이 ‘회고사(誨告辭)’를 하는 순서가 있다. 이 ‘회고사’는 ‘가르치고 권고하는 말이나 글’의 뜻을 담고 있는데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이는 일제 교육문화의 잔재다.

대다수 교원들은 이 ‘회고사’를 회고(回顧)의 의미로 해석해 지난 6년 또는 3년을 되돌아보는 글이나 말쯤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회고사(回顧辭)’라는 단어도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이를 ‘학교장 말씀’으로 고쳐서 사용한 지 수년이 됐다.

‘가르치는 말’의 의미로 ‘훈화’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훈시(訓示)’의 동의어에 가깝다. 그러나 ‘훈시’ 역시 상관이 부하에게 집무상의 주의사항을 일러 보인다는 의미가 강한, 권위주의적 어휘다.

학년 말이 되면 ‘사정회(査定會)’라는 것이 중등학교에서 행해지는데 이 또한 사전에 없는 어휘로서 일제의 잔재다. 일제강점기에는 학년 말에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의 여부와 학업성적을 조사해 진급과 유급을 결정했다. 필자는 이를 ‘학년 말 평가회’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성회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지나온 학년도를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해 보는 자리라는 의미다.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것도 좋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역사의 긴 안목으로 보면 이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문화강국이 되는 일이다. 학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들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학교 문화에 맞는 용어들로 하루빨리 대체되기를 바란다.

김용관 전남 곡성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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