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베란다 타고 아래층 침입한 ‘알몸 스파이더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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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층 20대男, 새벽에 3층까지… 추적해보니 자기 방에서 ‘쿨쿨’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 안난다”

19일 오전 2시 15분쯤 부산 북구의 한 고층아파트. 7층에 사는 A 씨(26)는 베란다 쪽에서 창문이 거세게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창문 쪽을 쳐다본 A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컴컴한 창밖으로 발가벗은 남성이 베란다 새시에 발을 디딘 채 한 팔로는 창문을 열려 했던 것. 다행히 전날 비가 와 창문은 잠근 상태였다. 놀란 A 씨가 가족들을 깨운 뒤 소리를 지르며 다가가자 그 남성은 어느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아파트 3층 주민에게서 누군가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달아났다는 추가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이 집 거실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던 핏자국은 8층의 한 집 앞에서 멈췄다. 이 집에 들이닥친 경찰은 다리 곳곳이 찢어진 채 알몸 상태로 잠을 자던 남모 씨(23)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 씨는 이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알몸으로 자신의 집 창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베란다 철제 난간을 붙잡고 7층부터 3층까지 내려갔다. 남 씨가 지나간 집의 베란다 방충망은 모두 찢어졌다. 경찰은 남 씨가 3층 창문으로 침입해 이 집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통해 다시 자신의 집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액을 분석했지만 약물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남 씨를 주거침입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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