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마트시티를 가다]<5·끝>미래기술 총집합, 21세기형 도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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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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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가면 내가 탈 버스 안내… 행동 수상한 사람 즉각 신고

지난해 12월 28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21.38km)인 인천대교를 20분쯤 달렸을까. 멀리 고층건물이 점점 가까워졌다. 언뜻 홍콩의 마천루를 연상케 한 이곳은 송도국제도시다. 입구의 화려한 모습에 잔뜩 기대를 하고 도시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안은 썰렁했다. 눈 쌓인 건설 현장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인구 4만 명을 갓 넘긴 송도의 겉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현재 모습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이 주목하고 투자하려는 대규모의 프로젝트로 똑똑한 공간, 똑똑한 교통, 똑똑한 헬스케어, 똑똑한 공공안전 등이 실현되는 최첨단 미래도시 ‘스마트 시티’ 실험이다. 송도국제도시는 동북아 경제 허브 도시를 꿈꾸는 데다 갯벌을 메워 만든 완전한 새로운 땅이라 미래 기술을 총집합해 스마트 시티를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송도에는 이미 대규모 무선인터넷 환경이 구축돼 있다. 공간 스스로가 똑똑하게 변하는 ‘스마트 스페이스’도 시범 사업 중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시스코는 이곳에 전 세계 IT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헤드쿼터를 지을 채비를 하고 있다. IT와 생명공학기술(BT)이 만나는 바이오복합단지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세계가 송도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 공간이 나를 위해 똑똑해진다

“학교 선생님의 ‘출석 부르기’가 사라져요. 교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출석체크가 되니까요. 길거리 광고판을 지나가면 저절로 나의 관심제품 광고가 떠요. 버스정류장에 가면 전광판에 내가 타려는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안내가 나옵니다.”

공간이 ‘나’를 위해 스스로 변하는 도시.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공간과 끊임없이 통신하는 도시. 송도에서 만난 한국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랩 장현기 박사는 “이런 도시가 바로 ‘스마트 스페이스’의 개념이며 송도 국제도시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스마트 스페이스의 ‘맛보기’는 가능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유비쿼터스 시범도시 1차 사업’이 지난해 6월 마무리되면서 일부 서비스가 시범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폐쇄회로(CC)TV 화면처럼 보이지만 송도국제도시에 설치된 CCTV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수상한 행동’을 찾아내 경고음을 울린다. 이른바 지능형 방범 서비스다. 사람의 키, 옷 색깔 등으로 검색하면 금세 비슷한 사람이 찍힌 화면을 찾아낸다. 송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평범한 폐쇄회로(CC)TV 화면처럼 보이지만 송도국제도시에 설치된 CCTV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수상한 행동’을 찾아내 경고음을 울린다. 이른바 지능형 방범 서비스다. 사람의 키, 옷 색깔 등으로 검색하면 금세 비슷한 사람이 찍힌 화면을 찾아낸다. 송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중의 하나가 버스정보 서비스.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과 타려는 버스의 위치, 운행 경로 등을 알려준다. 송도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서비스다. 실제로 인천대입구역 앞에서 삼성전자 ‘옴니아’ 스마트폰으로 버스정보를 눌러봤다. 가장 가까운 복합환승센터가 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서비스엔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해 활용하는 IBM의 ‘셀라돈 위치인식 플랫폼’이 적용됐다. 한국법인과 미국 본사의 왓슨 연구소가 4년 동안 개발한 솔루션이다. 이를 활용하면 가장 가까운 공공주차장에 주차 공간이 있는지 알려줄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는 인근 주차장 현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현재는 옴니아만 지원하지만 올 초부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송도에서 스마트 스페이스가 실험되는 이유는 뭘까.

공간이 똑똑해지려면 통신할 수 있어야 한다. 송도에는 외부에서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를 광범위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든 ‘무선 메시(mesh)’망이 구축돼 있다. 시범사업으로 2, 4공구 288만5000m²(약 87만 평)에 설치돼 있으며 앞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지능형 방범 폐쇄회로(CC)TV 구축

“띠리링.”

송도 ‘투모로우 시티’ 3층 도시통합운영센터. 대형 화면에 잡힌 여러 개의 작은 화면 가운데 하나의 테두리가 빨갛게 물들더니 경고음이 울렸다. 이유는 차량 한 대가 3분 이상 수상한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면.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담을 넘었다. 역시 화면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경고음이 울렸다.

“CCTV가 사람의 행동 패턴을 알아봐요. 미리 입력해 놓은 ‘수상한 행동들’이 걸리면 저절로 경고음이 울립니다.” 송도에 지능형 방범 CCTV 구축을 맡은 한국IBM 최명호 차장이 말했다. 국내 CCTV는 매년 30만 대 이상 늘고 있어 한정된 모니터 요원들이 일일이 확인하긴 힘들다. 지능형 방범 CCTV는 알아서 수상한 화면을 골라줘 사각지대를 봉쇄하는 기술이다. 검색도 쉽다. ‘빨간색 옷을 입은 110cm 미만 어린이’라고 지정하자 10분 만에 비슷한 조건의 어린아이가 있는 화면을 찾아냈다. 미국 뉴욕 시의 리얼타임크라임센터(RTCC)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범인을 빨리 잡는 곳이라면 송도의 지능형 CCTV는 범죄 자체를 예방할 수 있어 한 단계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시스코와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약관계를 맺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뛰어넘는 ‘스마트 커뮤니티’를 6월쯤 송도에 선보이게 된다. 스마트 커뮤니티 센터는 암스테르담의 스마트 워크센터를 발전시킨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영상통화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해 5도의 주민들이 이 센터를 통해 국제학교의 강의를 수강하는 게 가능하다.

○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송도 스마트 시티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IT 인프라와 서비스는 갖췄는데, 도시는 텅 빈 ‘IT 유령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융위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해 전시관 문을 닫는 사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김인수 유비쿼터스시티 팀장은 “올해에는 송도 주민이 5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까지 민관협력법인을 만들어 세계에서 유례 없는 첨단 도시로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임춘성 교수는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기술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제야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며 “스마트 시티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정부, 건설업계, IT 분야가 협력해 한국에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바이오복합단지 조성 이언 BRC 대표
“생명공학-정보 결합해 기회창출 방문할 필요없는 병원 꿈 아니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2600km 떨어진 외딴섬 ‘트리스탄 다쿤차’. 이곳 주민들은 육지로 가려면 배를 타고 일주일이나 가야 한다. 하지만 몸이 아플 때면 세계적인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 의료진이 위성통신으로 지원되는 주민들의 전자건강기록(EHR)을 확인하고 섬에 있는 현지 의사를 원격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기술(IT)과 만난 헬스케어는 환자와 의사를 이어준다. 의사에게는 고급 분석기술을 통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 새로운 치료방법을 이끌어낸다.

생명공학기술(BT)과 IT가 만나면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 5·7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단지 내 20만5793m²(약 6만2253평)에 들어설 바이오리서치콤플렉스(BRC)는 이런 세상을 꿈꾼다. 지난해 12월 28일 송도에서 만난 BRC㈜ 대표이자 가천의과대 신경외과학 교수인 이언 대표(사진)는 “바이오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가 크지만 BT와 IT가 결합하면서 한국에도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BRC는 가천길재단이 송도에 바이오복합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2009년 4월 인천도시개발공사, IBM과 함께 자본금 126억 원 규모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터에는 눈이 쌓여 있어 하얀 벌판처럼 보였지만 이 대표는 “기회의 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완공되는 BRC에 미국 벨연구소와 IBM 왓슨연구소 같은 세계 유수의 연구소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3대 헬스케어 기업인 GE헬스케어는 ‘GE 글로벌 유비쿼터스(U)헬스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495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혁신적인 U헬스케어도 연구한다. 이 대표는 “병원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병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신개념 병원을 짓고, 송도의 BRC와 IT 기업과 연계하는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다.

송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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