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00년 타임캡슐]그때엔 전쟁이 있었다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7분


타임캡슐에 평화의 상징을 넣자고 제안하면 여러분은 1960년대의 바보 같은 이상을 1000년 후의 후손들에게 보여주어서 후손들의 경악에 찬 신음소리를 듣고 싶으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서기 3000년의 사람들이 평화라는 이상에 놀라기보다는 평화가 이상으로 생각되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데에 더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간 전쟁의 종식이라는 과제는 비록 바로 다음 세기에 달성되지는 못할망정 앞으로 1000년 후에는 반드시 달성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종식에 대한 이러한 낙관주의가 마지막으로 유행했던 시기는 10년전 냉전이 종식되어 사람들이 한껏 들떠 있던 때였다. 그러나 그 후 발칸반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벌어진 사태들은 세계가 하나가 된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에 나서기 전에 사람들은 평화와 상호이해에 대해 처음부터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정보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평화와 상호이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강화시켜준다는 점이다. 광섬유를 통해 연결된 국가들이 상호의존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게 됨에 따라 전쟁은 더이상 승자와 패자가 있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아무도 승리할 수없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화가 비교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와 발칸반도 같은 곳에서 분쟁이 일어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경제적인 진보가 세계를 평화의 문턱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은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전쟁은 가난한 나라들이 하는 것이며 부유한 나라들은 전쟁을 멈추려고 노력하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십년 전만 해도 프랑스 독일 영국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거의 일상사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유럽연합(EU)이 전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이끌어낼 선구자가 되고 있다.

언젠가는 민족국가마저 사라지고 전세계가 정말로 하나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선 평화의 가능성을 한 번 믿어보고 싶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war―wrigh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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