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야심작 ‘제로페이’ 시작전부터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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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0’ 간편결제 12월 시범 실시… 카카오페이-BC카드 불참 선언
“소비자 호응 낮아” 참여社도 불만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도입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다음 달 시범사업을 앞두고 삐걱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연이어 발을 빼는가 하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다음 달 17일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결제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처럼 카드사나 부가통신사업자(VAN사)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취지였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당초 이 사업에 18개 은행과 카드사,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협약에 참여했던 카카오페이, BC카드가 최근 불참을 선언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15만 개 가맹점과 제로페이의 QR코드 체계가 호환되지 않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BC카드 관계자도 “결제 방식이 계좌이체형이라 카드사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상은 제로페이가 결제수단을 대체할 가능성이 낮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 은행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제로페이도 은행 간 계좌이체 수수료가 50∼500원 정도 들지만 은행들은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낮춰주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만 깎아주는 게 아니라 플랫폼 구축, 운용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들 텐데 제로페이를 쓸 소비자는 별로 없어 보여 문제”라고 말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이런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핀테크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제로페이#간편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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