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써봤어요]LG전자 ‘성격 있는’ 스마트폰 ‘아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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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있는 캐릭터 재미 ‘쏠쏠’… 30대 남성이 쓰기에는 ‘글쎄’
디지털 애완동물 ‘다마고치’ 비슷… 구매고객 70% 이상이 10∼20대

LG전자가 지난달 특이한 스마트폰을 내놨습니다. 이름은 아카(AKA). 일반적인 기능은 기존 고급 스마트폰 모델과 같지만 외관이 완전히 다릅니다. 눈이 달렸고 표정도 바뀝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성격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 ‘골드와 화이트’ 대신 ‘에기와 우키’

아카의 종류는 네 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은 제품 색깔에 따라 ‘골드’ ‘화이트’ 식으로 종류가 구별됩니다. 하지만 아카는 사랑에 빠지는 ‘에기(노란색)’, 욱하는 악동 ‘우키(흰색)’, 음악을 즐기는 ‘소울(네이비)’, 식탐이 많아 다이어트를 하는 ‘요요(분홍색)’로 나뉩니다. 이 중 소울을 써 봤습니다.

전면에는 상단 30% 정도를 남겨둔 커버(마스크)가 씌워져 있습니다. 노출된 화면 상단 부분에 캐릭터 눈이 나타나 마치 얼굴 같았습니다. 아카의 핵심이 이 눈입니다. 기기를 흔들면 어지럽다는 듯 ‘@.@’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기기에 이어세트를 연결하면 이 녀석도 헤드세트를 척 씁니다. 장난치듯 눈을 손으로 가렸다가 떼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마스크를 절반쯤 내리면 두 팔로 시간과 문자 수신 내역 등을 직접 보여줍니다. 자기도 함께 읽는 듯 눈동자를 아래로 굴립니다. 이 마스크를 완전히 분리하면 비로소 일반 스마트폰이 됩니다. 충전기를 연결하면 충전 정도에 따라 얼굴색이 파랗게 질렸다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아카 스마트폰 사용자만 이용 가능한 기능도 있습니다. ‘스냅슛’은 아카 스마트폰과 함께 지급된 캐릭터 장난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장난감을 인식하면 가상의 캐릭터가 촬영화면에 나타나는 가상현실 기능입니다.

○ 기능 차별화 대신 ‘재미’ 부각

아카는 스마트폰 기기 본연의 기능과 전혀 무관한 오락적 요소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첫 제품으로 분석됩니다. 아카 상품기획을 맡은 최종서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부장은 “기존 스마트폰에 지루함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만든 ‘나만의’ 스마트폰”이라며 “소비자 조사를 통해 추출한 네 가지 대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색상, 눈 모양, 소리 등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써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첫 번째는 ‘누가 이걸 좋아할까’라는 것. 실제로 귀여운 캐릭터의 표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긴 합니다. 그러나 30대 남성인 기자에게는 구매욕을 자극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들고 다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렇지만 10, 20대는 다른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체 구매 고객 중 10, 20대 소비자가 70% 이상”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두 번째 의문은 ‘기존 스마트폰이 정말 지루했느냐’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즐거움은 다양한 앱과 언제 어디서나 빠른 인터넷 연결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성능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기기 자체가 즐거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디지털 애완동물 ‘다마고치’의 스마트폰 버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판매량을 보면 전략이 유효했는지를 알 수 있겠죠. 출고가는 52만8000원입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LG전자#스마트폰#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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