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생큐 드림센터… 車정비사 꿈 키워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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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가 가나에 만든 공업고등학교 첫 입학생 19세 포스티나

가나 최고의 여성 자동차정비사를 꿈꾸는 현대·KOICA 드림센터 1학년 포스티나 씨가 ‘제네시스 쿠페’와 ‘i30’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코포리두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나 최고의 여성 자동차정비사를 꿈꾸는 현대·KOICA 드림센터 1학년 포스티나 씨가 ‘제네시스 쿠페’와 ‘i30’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코포리두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안녕, 안녕∼.”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코포리두아 시. 28일(현지 시간) 이곳에 건립된 ‘현대·KOICA 드림센터’에 들어서자마자 포스티나 씨(19)가 친근하게 다가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코포리두아에 연 자동차정비기술학교, 현대·KOICA 드림센터에서 3년 동안 공부할 학생이다.

한국인이 낯설지 않은 눈치다. 포스티나 씨와 대화하는 사이 그의 친구들이 하나둘 곁으로 모여들어 인사를 건넸다. 카메라를 꺼내자 학생들이 익숙한 듯 포즈를 취했다.

○ 드림센터에서 자라는 ‘정비사의 꿈’

지난해 1월 첫 삽을 뜬 드림센터는 저개발국의 교육 불균형을 없애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 사회공헌사업의 산물이다. 현대차는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가 주로 일회성 시혜에 그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자동차회사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차별화된 사업을 고민하던 끝에 3년제 공업고등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교육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현지 정부의 정식 인가도 받았다. 이 학교에서 이론교육과 함께 한국 본사의 정비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실습교육을 해 매년 100여 명의 정비인력을 길러낼 예정이다.

현대차 로고가 새겨진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은 29일 개교식을 앞두고 새 교실을 일일이 둘러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포스티나 씨에게 꿈을 묻자 “가나 최고의 여성 정비사가 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판사인 이모의 추천으로 드림센터에 입학하게 됐다는 그는 “여성이 힘이 약한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실력을 키워 이모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드림센터에 실습용으로 놓여 있는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를 가리키며 “돈을 벌어 꼭 제네시스 쿠페를 사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대차는 학교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졸업생들을 현지 대리점에 채용하거나 인턴십 기회를 주고 창업까지 지원하는 등 멘토링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회사의 특성을 살려 가나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저개발국에 드림센터를 계속 지을 계획이다.

빅터 스미스 가나 동부 주지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견제민 주가나 한국대사(〃 네 번째), 박상민 현대자동차 아프리카 지역본부장(〃 다섯 번째) 등이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과 함께 드림스쿨의 개교를 축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빅터 스미스 가나 동부 주지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견제민 주가나 한국대사(〃 네 번째), 박상민 현대자동차 아프리카 지역본부장(〃 다섯 번째) 등이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과 함께 드림스쿨의 개교를 축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강의실 밖에서 배우는 검은 대륙의 희망

현대차그룹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10기 단원 가운데 62명은 이에 앞서 드림센터 학생들이 묵을 기숙사를 짓기 위해 20일 코포리두아를 찾았다. 28일 찾은 공사현장에선 지붕 올리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지인들의 주식(主食)인 플란틴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 20여 명의 현지인 인부와 연두색 작업 조끼를 맞춰 입은 단원들이 힘을 합쳐 시멘트 반죽을 나르고 벽에 시멘트를 발랐다.

아프리카의 타는 태양도 단원들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단원들은 때론 음악을 틀고 흥을 돋우며, 때론 뭉친 어깨를 두드려주며 서로를 격려했다. 점심식사 후 짧은 휴식시간. 서로를 베개 삼아 잠시 눈 붙이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지난 9일 동안 얼마나 힘든 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기둥 몇 개뿐이던 공사현장은 개교 전날 기숙사로 탈바꿈했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시작한 해피무브 청년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상·하반기 500명씩 총 1000명의 대학생에게 해외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총괄하기 위해 봉사단과 동행한 이병훈 현대차 사회문화팀 이사는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이 도전해 대학생들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기숙사 건립 공사 외에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태권도, 한국의 전통놀이도 가르쳤다. 친선축구경기, 전통음식 교류활동 등 행사도 틈틈이 이어졌다.

29일 개교식에서는 봉사단원과 드림센터 학생들이 어우러져 태권도와 전통혼례, 부채춤 공연을 선보였다. 드림센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뜨거워 빅터 스미스 가나 동부 주지사, 견제민 주가나 한국대사 등을 포함해 300여 명이 모였다. 스미스 주지사는 “15∼24세의 실업률은 가나 사회가 직면한 큰 문제”라며 “현대차와 KOICA의 드림센터가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코포리두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현대#드림센터#정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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