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4> 파주 이마트 - 금촌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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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 열리는 날에 대형마트 자진휴업… 상생의 묘수 찾다

시장에서도 이마트 카트 21일 경기 파주시 금촌시장에서 신영균 상인회장(가운데)과 신수경 이마트 파주점장(왼쪽)이 함께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금촌시장과 협약을 맺고 5일장 날에 맞춰 한 달에 두 번 점포 문을 닫고 시장에 물품을 지원하는 등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장에서도 이마트 카트 21일 경기 파주시 금촌시장에서 신영균 상인회장(가운데)과 신수경 이마트 파주점장(왼쪽)이 함께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금촌시장과 협약을 맺고 5일장 날에 맞춰 한 달에 두 번 점포 문을 닫고 시장에 물품을 지원하는 등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여기 좀 보고 가세요,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21일 오후 경기 파주시 금촌전통시장. 5일장이 펼쳐진 이날은 평일 낮이었지만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시장 한복판에서 라면, 두루마리 휴지 등을 대폭 할인해 팔고 있었다. 시장에서 3km 떨어진 이마트 파주점에서 9500원에 파는 40m 휴지 30개 한 묶음이 6000원, 3150원짜리 라면 5봉지 한 묶음이 2000원. 이마트와 가격 전쟁이라도 벌이는 것일까. 뜻밖에도 이 물품들은 이마트 파주점에서 금촌시장에 기부한 것이다. 장날인 이날 이마트는 문을 아예 닫고 점장까지 나서 전통시장 판촉행사에 동참했다. 서로 껄끄러운 관계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적대시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

○ 전국 최초 ‘파주의 상생’

금촌시장은 평소에는 평범한 전통시장이지만 5일장이 서는 1, 6일(매월 1·6·11·16·21·26일)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경기 북부 최대의 시장을 형성한다. 197개 점포의 상설시장 외에 200여 개 노점이 800m가량 이어진다.

금촌시장과 파주시, 이마트는 5일장이 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장날을 고려해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당초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쉬려고 했지만 금촌 5일장이 서는 매월 6일과 21일에 문을 닫기로 지난해 8월 합의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신영균 금촌시장 상인회장(64)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날에는 상설시장 점포 매출도 20∼30% 상승한다”며 “5일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이마트가 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검토 끝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수경 이마트 파주점장은 “매출 비중이 높은 휴일에 영업을 할 수 있어 좋다”며 “그 대신 장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통시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생협력은 장날에 마트 문을 닫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마트는 금촌시장에 분기별로 500만 원씩 연간 2000만 원어치의 라면 휴지 등 손님을 끄는 효과가 높은 상품을 지원한다. 시장은 장날에 이 물품을 이마트 판매가격보다 30∼50% 싼 가격에 내놓는 할인이벤트를 진행하고, 판매수익은 시장 발전을 위해 쓴다. 파주 운정신도시에 사는 주부 박수인 씨(43)는 “장날에 라면을 싸게 판다고 해서 왔다가 겸사겸사 찬거리 몇 가지를 더 샀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 입구에는 고객들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사용하는 카트도 비치돼 있었다. 이 역시 금촌시장과 이마트의 상생협약에 따른 지원 가운데 하나다. 24일에는 이마트 파주점 직원과 이마트 주부봉사단, 파주시 담당자들이 함께 칙칙한 시장 공용주차장 벽에 벽화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마트는 유통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전통시장이 취약한 서비스 교육, 위생 점검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함께 만드는 명품시장

금촌시장 상인들도 외부의 도움만 바라고 있지는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통시장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인근 신도시 주민들도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전 9시∼오후 6시 2만 원 이상 물건을 산 뒤 점포에 맡기면 배송센터에서 수거해 금촌, 교하, 운정신도시 등 3개 지역에 무료로 배달한다.

주차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4월 금촌동 323-24 일대 1352m²에 국·도비 예산 47억4100만 원을 들여 40면 규모의 금촌 1-5(전통시장) 공영 노외주차장을 개장했다. 이와 별도로 5일장 입구에는 별도로 4713m², 161면 규모의 ‘금촌 시장사랑 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특히 이 주차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토지주가 3년간 시에 무상으로 임대해 줘 눈길을 끌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장날이면 시장 일대가 차들로 뒤엉켰는데 이제 주차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돼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아케이드를 조성하고 개별점포의 간판도 말끔하게 정비했다. 은행과 협약을 맺고 각 점포에 신형 카드단말기를 보급해 신용카드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 내 공간을 활용해 도서관, 상인대학, 교육장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 상인회장은 “처음에는 대형마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는데 서로 교류를 하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며 “앞으로 물품 지원 규모 확대, 서비스 교육 등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전통시장도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정지역 쌀로 만든 쑥떡 - 감주 맛 끝내줘요” ▼

경기 파주시 금촌시장의 김경순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 파주 쌀로 만든 쑥떡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 파주시 금촌시장의 김경순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 파주 쌀로 만든 쑥떡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금촌시장 명물 상품

“명품 쌀로 만든 쑥떡과 감주 맛보러 오세요.”

예부터 파주 쌀은 임금님께 진상하던 귀한 쌀이자 비무장지대의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해 인기가 높다. 파주 쌀은 2011년 전국 쌀 대축제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파주 쌀로 만든 쑥떡과 감주는 금촌시장의 대표상품으로 꼽힌다.

쑥떡은 파주 지역에서 나는 쑥과 함께 콩과 단호박을 넣었다. 쑥 외에 색소 등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 맛깔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한 줌 뜯어 입에 넣으면 향긋한 냄새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쑥버무리도 시장의 명물.

34년째 ‘진미할머니떡집’을 운영하는 김경순 할머니(84)는 “파주 검산동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햅쌀로 떡을 만드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며 “요즘 떡은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춰 달짝지근하지만 우리는 소금간만 하기 때문에 약간 밍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00g 한 봉지에 2500원. 할머니가 정으로 얹어주는 덤이 있어 500∼600g이 되기도 한다.

쌀을 주 재료로 만드는 ‘감주’도 명물. 지역에 따라 혹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감주와 식혜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금촌시장의 감주는 ‘엿기름에 밥알을 끓인 것’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정윤이네 감자떡’ 사장 손영숙 씨(52·여)는 “감미료를 넣지 않고 설탕만으로 당도를 맞춘다”며 “좋은 쌀을 쓰기 때문에 한 번 맛본 손님들은 다음에 꼭 다시 찾더라”고 말했다.

▼ 금촌시장은, 70년 역사… 한약재-화장품까지 파는 ‘만물시장’ ▼

금촌 5일장은 7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경기 북부지역 최대의 민속 5일장이다.

5일장이 열리면 800m 정도의 도로가 200개를 넘는 좌판으로 가득 찬다. 족발, 전 등 먹을거리는 물론 건어물, 과일, 생선, 야채, 반찬, 한약재, 모종, 화장품 등 없는 게 없다. 오후 4∼5시가 되면 사람들로 가득 차 비집고 지나갈 틈이 없을 정도. 경기도 일대 5일장만 전문적으로 다니는 상인들은 금촌 5일장의 입지가 좋아 유동인구가 많고 수익이 가장 짭짤하다고 한다.

금촌 5일장은 인근의 ‘봉일천 공릉 우시장(이하 봉일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시장이다. 봉일천장은 6·25전쟁 이전에는 경기도 4대 우시장으로 손꼽혔지만 전쟁 이후 차츰 인근에 기차역이 있는 금촌 5일장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1980년대까지도 우시장이 성황을 이뤘지만 1990년대 들어 가축 거래량이 줄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농산물과 생필품 등이 중심인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2006년 9월 인정시장으로 등록한 이후 2009년 아케이드를 설치해 시설 현대화 사업을 펼친 결과 상설 점포가 꾸준히 늘며 지역 대표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관련 상담 및 문의

△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636 changkim@donga.com
△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jammuk@sijang.or.kr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금촌시장#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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