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케이스 스터디]‘부자 농부 사관학교’ 한국벤처농업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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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마케팅 심으니 ‘스타 농민’ 나더라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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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농업대 졸업생 및 재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협동조합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계획입니다. 사이트 이름도 ‘벤농닷컴(www.vennong.com)’으로 정하고 도메인도 이미 구입했습니다. 조만간 온라인 카페에 제 사업계획서를 올릴 테니 많은 분들께서 조합원으로 가입해 주시기 바랍니다.”(한경택 한국벤처농업대 재학생) “벤처농업대를 졸업했다고 해도 각기 처한 여건과 상황이 다릅니다. 명확한 기준이나 검증 절차 없이 무조건 조합원으로 받는다면 자칫 ‘벤농’닷컴이 ‘웬놈’닷컴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박해완 한국벤처농업대 교수) 》

올 1월 19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 대강당에서 1월 정기 수업이 열렸다. 3월 졸업을 위해 꼭 치러야 하는 사업계획서 발표 현장이었다.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벤처농업대에선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동료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교수들의 날카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2001년 시작해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벤처농업대는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 농업인’을 배출한 ‘부자 농부들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1기 졸업생(2002년)은 27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11기 졸업생은 185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1000여 명에 달한다. 신입생 정원은 150명이지만 매년 600∼7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에서 인가받지도 않은, 어찌 보면 그저 그런 민간 공부 모임에 불과할 수 있었던 벤처농업대가 해마다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분석했다.

○ 농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새로운 기업가 전략’ ‘전략적 의지와 창의적 혜안’ ‘고객만족 관리 방안’ ‘고객 니즈와 유망상품 키워드’ ‘브랜딩 전략의 모든 것’ ‘마케팅 전략의 이해’ ‘마음을 사로잡는 고객서비스’…. 모두 한국벤처농업대의 세부 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의 제목만 봐서는 이 커리큘럼이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이전까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대개 농민을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봤다. 반면 벤처농업대는 농민을 농업이라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업가’로 정의했다. 즉, 농민을 육체노동자에서 창의력과 혁신을 핵심 역량으로 삼는 지식 경영인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당연히 교육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영농 기술 위주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략과 혁신, 마케팅을 가르쳤다.

경영 관련 콘텐츠를 생전 처음 접한 농민들은 환호했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스토리텔링 기법을 입혀 멋지게 홍보하고 포장하면 조금만 노력해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게 농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민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잠재욕구(unmet needs)를 충족시켜 준 것이다.

○ 난상토론 통해 지식 융·복합 창출

벤처농업대 수업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해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끝난다. 학생들은 연령, 경험, 출신지역 등이 천차만별이다. 농민, 농업벤처 기업가, 한의사, 경찰서장, 공무원, 대기업 과장, 홈쇼핑 업체 MD 등 다양하다.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만큼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교수들의 강의와 학생들의 발표 및 토론이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찜질방에서 밤을 새워 가며 ‘끝장 토론’까지 벌인다. 벤처농업대 설립 멤버로, 13년째 전임교수로 자원 봉사 중인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강의실과 찜질방을 오가는 1박 2일의 ‘스킨십 강의와 토론’이 벤처농업대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며 “열띤 토론이 이어져 사실상 ‘무박 2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찜질방에선 엄청난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이는 결국 지식의 융·복합으로 이어졌다.

○ 진정성 마케팅 통해 고객 감동 실현

강의를 하는 교수들에 대한 벤처농업대 신입생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도대체 저런 분들이 왜?”라는 의문이다. 현재 벤처농업대 전임교수로 자원봉사 중인 민승규 전무, 남양호 한국농수산대 총장 등은 모든 수업에 참여해 자리를 지킨다. 당연히 보수는 없다. 벤처농업대 12기 재학생인 주승환 씨는 “농촌진흥청장(민 전무), 청와대 농림수산식품수석비서관(남 총장) 등 정부 요직을 거친 분들이 서울에서 금산까지 매번 내려와 무보수로 강의해 주고 밤샘토론까지 동참하는 걸 보면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열과 성의를 다하는 교수들의 진정성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10년 넘게 벤처농업대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3호(2013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수요창출 전략 어떻게 세울까

스페셜 리포트


“이미 세상에 존재하던 수요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고객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제공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로 꼽히는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말이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그저 그런 제품, 딱히 대안이 없어 구매했던 제품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다.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는 혁신 없이는 성장은 물론이고 생존도 어려워졌다. 이번 호 DBR 스페셜리포트에서는 수요 창출의 전략과 비결, 실행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간단해야 소비자가 따라온다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하루에도 수차례씩 쏟아지는 스팸 메일과 광고성 전화, 각종 전단지는 현대인을 숨 막히게 한다. 기술 발달로 더 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낼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의 무차별적 마케팅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소비자를 모으기보다는 오히려 쫓아낼 뿐이다. 소비자를 불러모으고 물건을 구입하게 하고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소비자가 보다 쉽게 제품을 인식하고 구매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도록 만들면 소비자가 저절로 따라온다. 이를 위한 자세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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