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美서 CEO 도덕성과 사내유보금의 상관관계 따져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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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영업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법인세 등 비용들을 뺀 금액을 순이익이라고 한다. 기업은 확정된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분배하거나 재투자를 위해 사내에 유보한다. 1980년대 이래 미국 상장기업들은 현금보유액을 꾸준히 늘려왔다.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금을 점점 더 많이 책정해왔다는 의미다.

토머스 바테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미 기업들의 현금보유 증가 원인을 조사했다. 이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했는데, 우선 불확실한 현금흐름이다. 기업은 불확실한 환경에 노출될수록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둘째는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적 해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CEO는 사내유보금을 늘려 본인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

바테스 교수는 1980∼2006년 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관찰 기간에 모든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현금자산비율이 높아졌다. 둘째, CEO의 도덕적 해이와 현금자산비율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도덕적 해이가 심한 CEO일수록 잉여 현금흐름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데 잉여 현금흐름과 현금자산비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 경제팀의 논리는 과거 법인세 인하를 통해 증가한 사내유보금이 재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고자 지나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이익은 법인세를 공제한 금액이고 사내유보금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이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 논란을 면하기 어렵다.

이 연구는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기업들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현금보유액 증가 역시 법인세 감소나 배당기피 성향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상황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경제정책은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DBR#경영#사내유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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