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글로벌 아웃소싱’ 믿었다가 수조원 날린 보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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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사의 중형 여객기 ‘B787’이 최근 안전 문제로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모델 대비 연료 효율을 20%나 높이겠다는 개발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B787은 ‘꿈의 항공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거듭 지연됐고, 계획보다 2년 이상 늦은 2009년 12월에야 첫 비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보잉은 수조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기술을 처음 적용하려다 보니 프로젝트가 지연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아웃소싱 생산시스템이었다. B787은 보잉사 최초로 설계와 생산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한 항공기다. 전체 부품의 약 70%를 외주로 생산했고, 연구개발(R&D)과 설계도 상당 부분 전략적 파트너들에게 위임했다.

보잉사는 고도화된 컴퓨터 설계 시스템과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하도급 업체들을 진두지휘하면서 모듈화된 부품을 가지고 최종 조립만 담당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들이 재하도급을 주면서 품질관리가 힘들어졌다.

또 1200개의 모듈을 받아 조립하기로 한 계획과는 달리 여러 개의 구성품이 미완성으로 납품돼 3만여 개의 부품이 보잉의 조립공장에 도착했다. 결과는 ‘생산 대란’이었다.

신형 항공기 개발을 처음해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혼란이 발생했을까?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전문대학원의 찰스 파인 교수는 신기술 도입이라는 ‘제품상 혁신’과 글로벌 생산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오퍼레이션상 혁신’을 동시에 진행한 게 화근이었다고 진단한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오퍼레이션의 글로벌화가 대세이긴 하지만 무조건 도입만 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섣불리 생산설계 시스템을 글로벌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생산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김진달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통신원 (MIT 슬론 경영전문대학원) dallae@mit.edu
#보잉#아웃소싱#보잉사#B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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