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책]바스 카스트 ‘선택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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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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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버리고 줄여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요즘 맛들인 취미가 있는데 바로 주말의 산책과 독서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대형서점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아내와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주중 가장의 잦은 부재(不在)로 잃었던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아내와 서점에 들른 어느 주말, 한 책을 감싼 띠지에 쓰인 글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선택할 게 많은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매일을 선택의 반복으로 살아가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바스 카스트가 쓴 ‘선택의 조건’.

우리는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와 같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부터 직업이나 배우자처럼 중차대한 결정까지 늘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살아간다. 사르트르도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저자는 풍요 속의 빈곤, 과잉 속 불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혜로운 조언을 이 책 속에 담았다. 우리는 분명 이전 세대에 비해 물질적인 호사를 누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유해졌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높아진 삶의 질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왜 사람들은 이 풍요 시대에 오히려 심리적 빈곤을 느끼는 걸까.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절대적 빈곤은 용인할 수 있지만 상대적 빈곤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책 속의 저자도 절대적인 수입보단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그들을 능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꼬집고 있다.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누군가가 얼마를 가졌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 판단이 됐다. 이 때문에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해도 가족이나 친구가 주는 친밀한 유대감을 멀리하게 된다.

저자는 “왜 바쁠수록 더 불안할까”라는 의문에도 답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지위, 재산, 명성을 얻기 위해 고되고, 바쁘게 일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신적 피로에 허덕이며 서서히 지쳐가는 현실은 애써 외면하는 게 요즘 우리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높은 지위, 재산, 명성을 얻는다고 행복은 오지 않는다.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하고, 현명한 포기를 이뤄낼 때 비로소 행복은 찾아온다. ‘선택의 조건’이란 책을 맨 먼저 펼치면 한 장 한 장마다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고 쓰인 이유일 게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명사의 책#김용환#선택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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