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비하인드]주식에 노후 맡기는 ‘위험한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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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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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경제부 차장
이은우 경제부 차장
기자들이 기획 기사를 취재할 때는 몇 가지 꼭 필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주제에 들어맞는 사례 찾기가 대표적이죠. 이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보 21일자 A1면에 ‘40대 71% 빚에 허덕, 20년 후 가장 위험한 세대’라는 제목으로 실린 노후 경제행복지수 기획은 예외였습니다. 사례 찾기가 너무 쉬웠다는 얘기죠.

취재 과정에서 동아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후 경제행복지수’를 산출했더니 40대가 노후에 매우 취약한 세대로 나타났다는 얘기에 저마다 “내가 바로 그 사례”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40대는 앞으로 소득이 줄어들 일만 남았는데 자녀양육비, 집값 등 지출이 너무 많아 노후대비가 어렵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후 친구와 선후배들이 전화를 걸어와 “내 얘기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40대가 ‘즐길 줄 아는’ 세대라는 측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 양육비를 제외한 월평균 소비액이 141만9556원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조사된 거죠. 한 달에 한두 번은 외식을 하고, 휴가 때 여행도 가고, 일부는 골프를 즐기기도 하고…. 문제는 이런 생활을 노후에도 하고 싶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즐길 줄 안다는 건 다행이지만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돈이 없어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면 고통입니다.

이런 40대들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노후? 모르겠다.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낙천과 자포자기의 결합입니다. 또 하나는 어떻게든 투자를 열심히 하는 부류입니다. 투자 대상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주식이 대세입니다. 한국거래소의 ‘2010년도 주식투자 인구 및 주식보유현황 조사’에 따르면 사실상 40대의 절반 가까이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40대 후반인 한 선배는 “이거(주식) 말고 노후를 준비할 방법이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40대 지인은 “노후 준비라면 적립식펀드 몇 개에 투자한 정도”라고 했습니다. 이들의 주식 투자금은 꽤나 절박한 자금입니다.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질 돈이니까요. 절박한 돈으로 투자를 하면 시장 상황에 여유 있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투자를 병행해야 하지만 작은 소득이나마 노후에도 일할 준비를 하는 게 최고의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게 쉽지 않겠지만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면 조금이나마 낫지 않을까요.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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