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사내 평등” 직급 없앴던 이통사, “너무 불편” 우회적으로 되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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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2006년 직급제를 폐지하고 팀장 등을 제외한 사원의 모든 직급을 ‘매니저’로 통칭했습니다. 사내 구성원끼리 평등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개혁 방안이었습니다. 다만 급여는 성과와 승급에 따라 나뉘는 ‘페이밴드(급여 범위)’로 책정하는 시스템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새해 첫 업무일인 2일부터 SK텔레콤 사내 메신저 ‘사내114’에는 직원 이름 옆에 원래는 보이지 않던 ‘페이밴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부터 사내 구성원끼리는 서로 페이밴드를 공개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래 ‘홍길동 매니저’로 뜨던 화면에 이제 ‘홍길동 B3’로 뜨는 거죠.

SK텔레콤에 따르면 페이밴드는 대졸로 입사한 사원이면 B2에서 출발해 통상 이전의 대리급이면 B3, 과장급이면 B4, 차·부장급이면 A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SK텔레콤이 사내 직원에게 페이밴드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유는 “업무를 전달할 때 직원들의 편의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상하 관계를 좀 더 분명히 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약간 ‘민망한’ 상황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매니저들의 ‘급여 수준’을 알게 되면서 승급이 늦은 직원들이 ‘티’가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참 직급이 높은 매니저로 알던 선배의 페이밴드가 나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상대적으로 페이밴드가 낮은 직원은 다소 씁쓸해하는 반면, 입사 동기들의 페이밴드를 보고 승급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이도 있겠죠.

KT는 2009년 말 직급제를 폐지하고 사원끼리 매니저로 호칭하다가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이후 4년 6개월 만에 직급제로 돌아갔습니다. KT 관계자는 “매니저 체제에서는 직원들이 노력해도 진급으로 보상받지 못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직급제 회귀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 창사 이래로 꾸준히 직급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급제를 둘러싼 이들 3사의 동향은 통신 3파전 속 직원들에 대한 경영진의 ‘동기부여’ 차원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직원들로서는 “미생의 평등은 언감생심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습니다만.

곽도영 산업부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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