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사과는 10월부터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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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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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떨어지니 반갑긴 한데 물가에 도움이 될지는 좀 더 봐야겠네요.”

추석이 지나자 대형마트들이 앞다투어 대대적인 사과, 배 할인 행사에 돌입했습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요즘, 할인행사만큼 반가운 소식도 없죠.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서 거래된 사과(홍로) 10kg 한 상자 가격이 추석 전인 6일에는 6만2656원이었는데 22일에는 절반도 안 되는 2만7500원으로 ‘폭락’했습니다.

그런데 물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조사 당국인 통계청의 반응이 영 시원찮습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에겐 좋을지 모르겠지만 곧 발표할 9월 소비자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과 값이 폭락했는데 물가는 제자리라니,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사과 값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할 때 제철이 아닌 계절농산물은 뺍니다. 가을, 겨울이 제철인 사과는 5∼9월에는 물가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로 먹는 감과 감귤 역시 4∼9월에는 물가지수에서 뺍니다. 대표적 여름농산물인 수박은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물가지수에서 빠집니다.

반면 사과의 ‘라이벌’ 배는 4∼8월에만 물가지수에서 빠지기 때문에 사과와 한 달 차이로 9월 물가에 포함됩니다. 사과는 10월부터 주로 먹지만 배는 출하 시기가 조금 빨라 9월에도 많이 소비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사과는 10월, 배는 9월’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지는 다소 의심스럽지만 어쨌거나 물가지수가 마지막으로 개편된 2005년 이후로는 계속 그런 방식으로 조사해 왔습니다.

통계청은 내년에 있을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때 계절농산물의 반영 기간을 일부 조정할 계획입니다. 하우스 재배가 보편화하고 수입과일도 늘어났는데 사과 값을 4∼9월 물가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지금의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생활 패턴의 변화도 한 이유입니다. 1, 2인 가구가 보편화한 요즘 8kg(1통) 기준 수박보다는 반으로 쪼갠 수박이나 크기가 작은 다른 과일이 더 잘 팔리기 때문에 물가지수에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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