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어, 우리은행 행원도 길거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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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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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근하다 보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어깨에 띠를 두른 채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이달 내놓은 ‘매직7 적금’을 홍보하기 위해서죠. 이 상품은 신용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최대 연 7% 이자를 줍니다. 기본이자율 4%에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전년보다 많으면 금액에 따라 연 2∼3%의 추가금리를 제공합니다.

입사 3년차인 우리은행 직원은 “입사 후 처음으로 길거리 캠페인을 하려니 민망하다”면서도 “매일 아침 적금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대책회의를 할 정도”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평소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에 소극적으로 비치던 우리은행 직원들이 길거리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올해 취임한 이순우 행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행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지만 깐깐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행장 본인이 은행 개인영업 부문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상품개발이나 영업에 관련해서는 손바닥 보듯이 꿰고 있다고 합니다. 어설픈 마케팅 전략이나 신상품으로는 여간해서 이 행장의 허락을 받아내기 힘듭니다.

그런 이 행장도 ‘매직7 적금’은 흔쾌히 승낙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는 “3월 말 정식 취임한 이 행장이 처음으로 결제해 준 게 매직7 적금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 행장은 4일 적금 출시를 기념해 본인이 직접 1호 상품에 가입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죠.

금융당국은 ‘6·29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하나로 은행에 예대율을 높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신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 행장으로서는 매직7 적금이 ‘효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카드 사용과 연계하다 보니 잠자고 있던 우리카드 고객이나 새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거죠. 임직원들도 이 행장이 처음 의욕을 보이는 상품이다 보니 모든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은행권에 흔치 않은 연 7% 적금이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2조5000억 원의 한도가 정해진 특판이었지만 다른 은행들도 뒤따라 적금 관련 이벤트를 벌이는 등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도 큽니다. 이 행장의 기대가 큰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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