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본전에 매달리지 말고 큰그림 보고 판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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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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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매입 가격은 잊어버려라

매입가격 머릿속에 넣어두면
시장흐름보다 개별주가 집착
‘각주구검의 愚’ 범하기 쉬워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할머니가 손자와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밀어닥쳐 손자를 삼켜 가 버렸다. 거친 파도 속에서 손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혼비백산한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손자를 제발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 신기하게도 다시 파도가 밀려와 손자를 할머니 앞에 데려다 놓았다. 온몸이 흠뻑 젖은 손자를 살펴보니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말짱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다시 하늘을 향해 소리를 막 질렀다. “신이시여! 내 손자는 여기 올 때 예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왜 모자는 안 돌려주는 겁니까?”

어느 주식 투자자가 주식을 샀는데 사자마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한 달 후에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투자자는 참담한 심정이 돼 매일 하늘을 쳐다보며 신에게 기도를 했다. 투자수익을 얻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매입 가격까지만이라도 회복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랬더니 주가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정확히 그 투자자의 매입 가격까지 회복됐고 더 오르지는 않았다. 투자자는 다시 하늘에 대고 소리를 마구 질렀다. “신이시여! 매매수수료와 증권거래세는 왜 생각해 주지 않는 겁니까?”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식을 매입하면 매입 가격을 머리에 넣어두고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이익이 얼마가 됐고 손실이 얼마가 되었나를 부지런히 속으로 계산해 본다. 계산상으로 10∼20%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단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고 좋아하며 얼른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반대로 계산상의 손해가 나면 그 주식의 전망이 불투명함에도 손해난 것이 억울해서 얼른 팔아치우지 못한다.

이렇게 매입 가격을 잊지 않고 있으면 매매의 판단 기준이 매입 가격에 얽매이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사고도 작은 이익에 만족하며 너무 일찍 팔아버리게 되거나 반대로 빨리 팔아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일단 주식을 사면 매입 가격을 잊어야 한다. 그리고 그 종목의 재료와 실적 등을 점검하고 주가의 등락 추세와 거래량 등을 살펴보면서 계속 보유하는 것이 유리한지, 일찍 처분하는 것이 좋은지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주식투자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매입 가격을 쉽게 잊어버린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매입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물론 장부에는 어떤 주식을 얼마에 매입했는가를 기록해 두겠지만 주식의 매도를 결정하는 데는 매입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상황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 주식을 아무리 싸게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계속 보유를 하고 다소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 하더라도 상승 가능성이 없거나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미련을 두지 않고 팔아 버리는 것이다.

주식의 매입 가격에 얽매이는 것은 주식시세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식을 죽어 있는 무생물로 취급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주식은 분명히 살아있고 힘차게 움직이는 생명체다. 따라서 그 생명체에 맞는 탄력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매매전략을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어느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는 귀한 칼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강 한가운데에서 그만 실수로 칼을 깊은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이 안됐다고 동정했지만 그는 칼을 빠뜨린 뱃전에 표시를 해두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배가 강가에 닿자 그는 표시해 둔 곳의 배 밑 물속을 뒤졌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은 어리석고 미련하여 융통성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고사성어를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하고 비웃는다. 그러나 여전히 주식시장에는 각주구검의 투자자들이 많이 존재한다. 매일매일 흐르면서 변하는 주식시장의 강물은 생각하지 않고 뱃전에 자신이 매수한 가격을 적어 놓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매매 결정을 하는 투자자가 너무도 많다. 이제부터는 주식의 매입 가격을 싹 잊어버리고 시장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을 갖고 투자 결정을 하도록 하자.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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