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실패 줄이려면 투자도 복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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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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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격언 - 복기를 통해 배워라

투자 과정 꼼꼼히 되짚어 보면
잘잘못 어디 있는지 다 드러나
성공 위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개그맨 김용만 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주식계의 꽁치’라는 별명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가 주식투자만 하면 반 토막이 나기 때문이다. 이런 김 씨가 다시 주식투자에 나섰다. 오전에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로 매수 주문을 내고 오후에 상담도 할 겸 객장에 나갔더니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오전에 하한가에 매수 체결이 되었는데 현재 상한가까지 폭등했다고 알려줬다. 그는 주식 시세판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그 종목을 바라보며 모처럼 주식투자의 보람과 기쁨을 만끽하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옆에 있던 다른 투자자가 부러워하면서 자기도 종목을 하나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속으로 생각하던 종목 하나를 말해 줬다. 잠시 후 시세판을 보니 그 종목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상한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또 다른 투자자도 종목을 하나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가 대충 한 종목을 말해 줬더니 얼마 후 그 종목도 돌연 상한가까지 급등했다. 곧 김 씨 주변에 투자자들과 지점 직원들이 잔뜩 모여 존경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종목 선택 비결을 물었다. 그는 우쭐한 기분이 들어 그동안의 투자 실패는 다 잊어버리고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과 성공 비결 등을 침을 튀겨가며 한참 동안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시세판 뒤에서 개그맨 이경규 씨가 뛰쳐나오면서 소리쳤다. “용만아! 나야 나! 지금 몰래카메라거든. 내가 이 시세판 뒤에서 주식시세를 조종하고 있었어!”

요즘 TV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몰래카메라에서 주식투자를 소재로 촬영하면 위와 같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봤다. 최근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식투자 실패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대체로 주변 지인이 좋은 정보가 있다고 해서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반 토막이 나고 심지어는 휴지조각이 됐다는 이야기들이다.

연예인들은 바쁜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까 성공했든 실패했든 자신의 투자에 대해서 되짚어 보거나 복습을 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조언해 주는 대로 투자를 하거나 자신의 짧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같은 실패를 자꾸 반복하는 때도 많을 것이다.

바둑의 높은 경지에 이른 프로 기사들은 대국을 하고 나면 반드시 복기(復碁)를 한다. 대국의 경과를 처음부터 검토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잘잘못이 있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복기하는 과정에서 프로 기사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실력을 배양하게 된다.

주식투자자들도 바둑처럼 복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식을 한 번 사고팔면 그에 따른 투자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한다. 그 결과를 두고 운이 좋았다거나 또는 재수가 없었다고만 생각해 버린다면 투자를 통한 소중한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 결과가 좋았다면 자신이 어떻게 매매해서 이익을 얻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기업의 영업실적을 따져 보고 매매를 했을 수도 있고, 정보를 믿고 매매를 했을 수도 있다. 또는 거래량과 주가의 움직임을 보고 기술적인 매매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한 실전투자 경험을 잘 기록해 두거나 머릿속에 새겨 둬야 그 다음 투자에서도 성공할 확률을 높이게 된다. 주가의 움직임은 비슷한 상황에서는 유사한 모양으로 반복되는 때도 많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그나마 성공한 투자에서는 그간의 과정을 되새겨 보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거나 남들에게 무용담처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패한 투자는 아예 생각하기조차 싫어하는 때가 많다. 실패한 주식에 관련된 언론보도만 나와도 귀를 막고 눈을 돌려 버린다.

그렇지만 실패한 투자일수록 자신이 왜 잘못됐는지를 잘 돌이켜 봐야 한다. 이미 영업실적이 주가에 반영돼 지나치게 오른 주식에 손대지는 않았는지, 뒤늦게 얻어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매매하지는 않았는지, 또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도 모르게 뇌동매매를 하지는 않았는지를 잘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투자노트 같은 것을 만들어 자신의 투자 과정을 기록하면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주식투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패를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앞으로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잘 활용한다면 실패는 줄이고 성공은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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