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위규성 CJ라이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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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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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에 푹 빠진 ‘색소폰 부는 사장님’

위규성 CJ라이온 사장이 1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음악학원 연습실에서 색소폰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위 사장은 지난해 7월 
직원 모임에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며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로 데뷔했다. 양회성 기자
위규성 CJ라이온 사장이 1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음악학원 연습실에서 색소폰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위 사장은 지난해 7월 직원 모임에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며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로 데뷔했다. 양회성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CJ라이온㈜ 위규성 사장(52)의 집무실 책상 서랍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고이 모셔져 있다. 하얀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열정적으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위 사장 자신이다. 지난해 7월 그는 사내 임직원에게 회사의 경영성과와 실적을 공개하는 ‘오픈 매니지먼트’ 행사에서 CJ라이온의 사내밴드 ‘비트’와 함께 가수 이문세의 ‘소녀’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면서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로 데뷔했다.

○ 사장님, 직원들 앞에서 연주자로 서다

‘비트’ ‘참그린’ 등 세제류와 ‘닥터세닥’ ‘덴터시스템’ 등 구강용품을 만드는 CJ라이온에서 2006년부터 사장으로 있는 그가 색소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8년 1월이다. “제대로 된 취미로 악기 하나쯤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죠. 사실 결심은 몇년 전부터 했는데 회사 일로 바쁘게 살다 보니 음악학원 문턱을 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내 밴드 비트가 위 사장에게 합동공연을 제안한 것은 음악학원에서 매주 한 시간씩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무렵.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선뜻 ‘예스’라고 답하지는 못했다. “실력이 많이 부족한 데다 직원들 앞에 나서야 하니까 조금 망설였죠. 다행히 색소폰을 가르쳐주던 호랑이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하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1년반 배워 사내밴드와 공연
기타치는 日부사장과 코드 맞아
회사경영 청량제 역할 해야죠


2개월 동안 평일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한 끝에 오른 데뷔무대에서 그가 얻은 것은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부는 사장님’이라는 부하 직원들의 찬사만은 아니었다. “제가 사실 박자치거든요. 연습 때면 박자를 놓치기 일쑤여서 함께 연습하던 직원들이 가슴깨나 졸였는데…. 그래도 ‘한 마디를 100번씩 연습하면 되겠지’ 하고 연습에 몰두했더니 공연 당일에는 큰 실수 없이 연주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아무리 크더라도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 부으면 채워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

○ 이색 경영진 밴드

요즘 어떤 곡을 연습하느냐는 물음에 위 사장은 집무실 한쪽에 보관하고 있던 악보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영화 ‘복면달호’의 주제곡인 ‘이차선 다리’ 등이 요즘 그가 ‘꽂힌’ 곡이라고 했다. 출퇴근길에 라디오를 듣다가 ‘연주해 보면 좋겠다’ 싶은 음악이 나오면 잊지 않고 인터넷 악보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악보를 내려받는다. “요즘은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색소폰 연주 앨범에 빠져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아집니다. 제 연주 실력이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걸 절감하게 만드는 점만 빼고요. 하하하.”

색소폰 연주라는 취미는 회사 경영에도 도움을 줬다. CJ라이온의 전신은 1990년 일본 생활용품 회사 라이온과 합작해 출범한 CJ제일제당 생활용품 사업부문이다. 2004년 CJ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라이온이 주식의 80% 이상을 소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이 때문에 일본인 부사장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마침 와다 게이지(和田啓二) 부사장도 학창시절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는 것. 위 사장은 “서로 놀이 코드가 맞아서 그런지 부사장과도 죽이 잘 맞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분기마다 임원들과 갖는 회식 뒤에도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곤 한다. 올해는 임원들과 동아일보가 창립 9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앤디워홀전’에도 다녀왔다.

○ 구강용품 시장 주도할 것

요즘 위 사장의 하루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연초부터 대형마트들이 벌이고 있는 가격 할인전쟁의 품목에 CJ라이온의 대표제품 ‘비트’가 포함되면서 제품가격이 떨어져 매출에 악영향을 줬다. 국내 세제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반면 글로벌 브랜드가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위 사장은 요즘 세제류 매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덴터시스템’이란 브랜드로 마우스워시, 치간칫솔 등을 출시하면서 성인용 구강용품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 사장은 “국내 성인용 구강용품 시장은 발전 잠재력이 크다”며 “일본시장을 석권한 라이온사의 구강관리용품 경쟁력을 활용해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CAPS’라는 사내 독서모임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경영 관련 서적을 읽고 회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도 벌이고 있다. “변화를 배우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주로 경영 서적을 읽는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그날그날 자신의 경영활동을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는 ‘경영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훗날 이 메모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 기록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가능한 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쓰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이 사장의 책상 위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적힌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조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그의 취미도 일신우일신해서 요즘은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고 국내 대학에 프로그램을 개설한 외국 요리학교 목록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 위규성 사장은

―1958년생

―1977년 서울 양정고 졸업

―1981년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 졸업

―1984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졸업

―1984년 삼성그룹 신입공채 입사

―1995∼1998년 생활화학본부 마케팅

팀장

―1999년 마케팅지원실장

―2000년 CJ㈜ 생활CMG 마케팅 상무

―2003년 두산식품 BG 해외사업본부장

―2006년 12월∼현재 CJ라이온㈜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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