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피플]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개발자 유소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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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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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추구… 4년간 시제품만 3000대 실험”

날개 없어 안전해요 12일 영국 가전 브랜드 다이슨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선보였다. 회전 날개가 없어 
안전한 이 선풍기의 가격은 49만8000원∼79만8000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날개 없어 안전해요 12일 영국 가전 브랜드 다이슨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선보였다. 회전 날개가 없어 안전한 이 선풍기의 가격은 49만8000원∼79만8000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 덕분인 것 같아요.”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의 ‘에어 멀티플라이어’가 12일 한국에 정식 상륙했다.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개발자 아흐마드 유소프 씨(사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다이슨이 왜 혁신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실패’를 이야기했다.

그는 “다이슨에서는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할 수 있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혼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너이자 개발책임자(Chief Developer)인 제임스 다이슨 씨는 자주 개발자(엔지니어)들과 만나 ‘왜 시간을 낭비했는가’가 아니라 ‘그래서 뭘 배웠는지’를 질문한다.

다이슨은 청소기, 선풍기, 손 건조기 등을 판매하는 영국 가전회사다. 여기까지 말하면 아무도 ‘혁신’과 다이슨을 연결짓지 못한다. 그러나 청소기 관련 특허만 1000개가 넘고,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되며, 제품이 나올 때마다 발명에 가까운 혁신을 보여주는 점이 다이슨을 특별하게 만든다. 다이슨은 혁신이 실패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먼지봉투가 없는 청소기를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5216개의 시제품이 나왔고, 5217번째 제품이 성공작이었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도 4년여 개발 끝에 2009년 말 세상에 나왔다. 개발에 참여한 유소프 씨는 “공식적으로는 시제품 500대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 3000대는 족히 될 것”이라며 “적도나 극지방 같은 극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테스트를 해보는 등 완벽을 추구했다. 이 개발 때문에 없던 흰머리까지 생겼다”며 웃었다.

제품 개발 4년은 다이슨에서 긴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기능을 조금만 업그레이드하고서 매년 신제품을 내놓는 기존 회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유소프 씨는 “제품이 완성돼야 시장에 팔지, 신제품 내놓을 타이밍이라고 마감에 쫓겨 본 적이 없다”며 “오너인 다이슨 씨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면 ‘오케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처음부터 뻥 뚫린 원형 모양으로 제안됐다.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유소프 씨는 “원 모양으로 만들어야 바람을 효과적으로 내뿜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이슨은 늘 ‘모양보다 기능(Function before Form)’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위한 기능을 개선하다 보면 혁신적인 디자인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의미다.

기술 지상주의는 다이슨의 인력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디자인팀이 따로 없다. 개발자가 곧 디자이너다. 영국 본사와 말레이시아 연구개발(R&D)센터 등에 있는 전체 2500여 직원 중 1500여 명이 개발자다. 유소프 씨는 “개발자로 입사하기 위해 누구나 거치는 3시간짜리 시험이 있는데 컴퓨터 디자인(CAD)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해 보기, 특정 제품 개발 중에 생긴 문제 해결하기, 디자인 개선해 보기 등”이라며 “끈질기게 다방면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날개 없는 선풍기 기술을 청소기에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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