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의 비즈 북스]4년내 아시아 ‘대박 투자’ 기회 온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단말기로 증권 거래 현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트레이더. ‘불황기 투자대예측’의 저자 해리 덴트는 “당분간은 현금이나 최우량 등급 채권만 안전할 정도로 시장이 불안정하겠지만 2020년 이후에는 대호황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단말기로 증권 거래 현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트레이더. ‘불황기 투자대예측’의 저자 해리 덴트는 “당분간은 현금이나 최우량 등급 채권만 안전할 정도로 시장이 불안정하겠지만 2020년 이후에는 대호황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 불황기 투자대예측/해리 덴트 지음·김중근 옮김/517쪽·2만4800원·청림출판

요즘은 책 제목에 미래니 예측이니 하는 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경제서적의 경우에는 부(富)라든지 적어도 투자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원제에 이런 말이 없더라도 국내 번역판 제목에는 등장하기도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쓴 ‘어느 자유주의자의 양심(conscience of a Liberal)’이란 제목의 책은 우리나라에 와서 ‘미래를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제목도 ‘다가오는 대불황(the great depression ahead)’이었으나 원제에는 없는 투자니 예측이니 하는 말이 들어갔다.

이 책의 경우엔 번역판 제목이 오히려 내용에 더 잘 들어맞는다. 투자자문회사의 대표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저자는 역시 직업을 속이지 않는다. 거창한 경제사이클 이론을 제시하다가도 투자 포인트를 군데군데 제시한다. 친절한 것은 좋지만 너무 자기 자랑이 많은 게 흠이다. 매년 초에는 유수의 경제전문지가 경제연구소나 경제예측전문기관들이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지 조사해 발표한다.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가 예측의 경우에는 원숭이가 추첨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유명 경제학자들도 경기나 주가 예측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경기 예측에 관한 한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확신에 차 있다. 주요 경제학자가 예측에 실패한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호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예측은 소비인구 사이클과 80년 주기를 가진 신경제 사이클에 의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거나 원자재상품 가격의 거품이 터졌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기 둔화 국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인구통계학과 기술력의 사이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가 신봉하는 사이클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 경제는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40년 주기로 절정을 이루어왔고 원자재 상품 가격은 30년 주기를 갖고 있다. 주식시장은 4년마다 큰 폭의 조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1914∼28년 자동차 전력 전화가 발명되었듯이 1994∼2008년 획기적인 신기술이 나타나 경제 흐름을 확 뒤바꾸어 놓았다고 본다. 일반 경제학자들이 보기엔 근거 없는 분석이다. 그러나 저자는 소비 투자 등 일부 지표에 따라 수평적으로 분석한 경제학자들이 장기 전망에서는 더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반박한다.

이 책은 결론보다는 추론의 과정이 더 흥미롭다. 저자는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에 들어가 대형 타이어회사의 수요 예측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타이어 수요가 운전자의 나이 소득 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해 수요를 예측했던 것이다.

이 방식은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험과 유사하다.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한 그린스펀은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마친 뒤 경제조사회사를 차린다. 처음엔 철강회사의 수요 예측을 해주었고 점차 고객이 늘어 여러 대기업의 의뢰를 받았다. 그린스펀은 이때의 경험과 인맥이 나중에 미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기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화정책을 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통계숫자로만 하는 예측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린스펀과 이 책의 저자는 공통점이 있다. 역시 현실 경제와 부닥쳐 본 경험이 중요한 모양이다. 다시 이 책의 경제전망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대불황을 예고하는 것이다.

“거품은 터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의 경제 사이클은 이제 막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려고 한다. 당신은 이 추운 겨울 동안 버틸 식량을 충분히 준비해 두었는가.”

이 책은 여러 군데 분산투자해 놓았으니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고 주장한다. 당분간은 오로지 현금이나 최우량 등급 채권만이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불황은 역시 기회다. 시장이 큰 바닥을 만드는 중이기 때문이다. 대불황 속에서도 투자할 곳은 있다고 본다. 앞으로 4년 안에 아시아 지역이나 건강관리산업,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투자 기회가 올 것이고, 2020년 이후에는 다시 장기적인 대호황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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