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애경㈜

  • 입력 2009년 6월 20일 02시 59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애경종합기술원. 애경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모든 제품이 이곳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사진 제공 애경㈜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애경종합기술원. 애경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모든 제품이 이곳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사진 제공 애경㈜
한국 생활용품의 산역사, 애경 55년

수십년 장수브랜드 수두룩

트리오 스파크 2080치약…

불황일수록 신뢰브랜드 뒷심

“애경의 역사는 곧 생활용품의 역사입니다.”

애경㈜ 관계자에게 회사의 역사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954년 국내 제1호 석유화학 등록업체인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해 55년 동안 생활용품 제조라는 한 우물을 파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경에는 20년 이상 팔리고 있는 장수 브랜드가 많다. 장수 브랜드들은 ‘불황엔 오래 된 제품이 잘 팔린다’는 유통업계 통념에 따라 최근 회사의 매출을 늘리는 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로 만든 장수 브랜드

6·25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6월. 가정에서는 빨래를 할 때 비누보다 양잿물을 더 많이 쓰고 있었다. 번듯한 세탁비누 생산시설 하나 없을 정도로 당시 한국의 유지공업 분야는 낙후돼 있었다. 창업주인 고 채몽인 사장은 당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는 정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인천에 있던 작은 비누 제조 회사 ‘애경사’를 인수해 세탁비누를 만들기 시작하며 유지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2년 뒤인 1956년 이 회사는 국내 최초의 미용비누 ‘미향(美香)’을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애경㈜의 사사(社史)에 기록된 최고 판매 기록은 한 달에 100만 개. 당시 인구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비누 제조로 기초를 탄탄하게 닦은 애경유지공업은 1966년 합성세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합성세제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읽고 이에 대응한 것이다. 세탁용 세제 ‘크린엎’ ‘써니’와 함께 이 공장에서 생산된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트리오’ 제품이다.

1972년 사장으로 취임한 장영신 회장은 애경유지공업의 사세를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 회장의 취임 1년여 뒤인 1973년 11월은 1차 석유파동이 세계를 휩쓸며 세계 경기가 크게 가라앉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장 회장은 일본, 미국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원재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비누와 세제를 수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애경유지공업은 울산 대전 등지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며 사세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애경유지공업은 1970년대 양적 성장을 발판 삼아 질적 성장을 꾀했다. 1982년에는 저공해 세제원료를 개발하고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와 기술 제휴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1985년 사명을 애경산업으로 변경한 뒤에는 러시아와 수출 계약을 하는 등(1989년) 기술력 향상에 쏟은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 디자인과 친환경으로 100년 기업을 그린다

2004년 회사명을 애경㈜으로 변경한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1030억 원. 이 중 36%인 372억 원은 주방세제 ‘트리오’, 세탁세제 ‘스파크’, ‘2080치약’을 팔아 벌었다. 각각 44년, 23년, 12년 된 장수 브랜드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장기 불황 때문에 소비자들이 오래된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이 제품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실제 애경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3억 원으로 1분기 실적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였다.

100년 기업을 다음 목표로 잡은 애경은 앞으로의 미래 동력을 ‘디자인’으로 설정했다. 앞으로는 디자인이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경은 2007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디자인센터를 열고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을 연구하는 등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스파크’가 국제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 ‘펜타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투자의 결과물이다.

환경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여 회사 자체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포장재를 개발하고 있다. 협력업체와는 ‘그린파트너십’ 제도를 만들어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렇게 생산된 제품을 우선 공급받고 있다.

이 밖에도 ‘좋은 직원이 좋은 기업을 만든다’는 신념에 따라 어학교육비와 대학원 학비를 보조해 주거나, 3개월간 미국 연수 지원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양성진 홍보담당 상무는 “모든 임직원에게 1년에 책 12권을 구입해 주는 등 지식과 감성을 동시에 계발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애경㈜ 약사

―1954년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 설립

―1956년 국내 최초로 미용비누 미향 생산

―1966년 서울 영등포구에 합성세제 공장

준공,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 생산

―1975년 대전 대화동에 대전공장 준공

―1976년 세제, 비누 제품 홍콩에 수출

―1983년 중앙연구소 개소

―1985년 사명을 애경산업으로 변경

―2001년 대덕연구단지에 종합기술원 준공

―2004년 사명을 애경㈜으로 변경

―2009년 중국 무역업체 광저우헤마이헤다

유한공사와 양해각서 체결하고 중국 전역에

1300만 달러어치 2080치약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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