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소장의 금융교실]‘금융자산 주머니’를 나눠라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생계용-트레이딩-자산형성

‘금융자산 주머니’를 나눠라

몇 달 전부터 주식이나 주식형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본 사람들에게 상담요청 전화를 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갖고 있는 투자 상품을 지금이라도 파는 게 나을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죠.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팔아버리고 오를 것 같으면 기다려 보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받고 “팔아버리세요” 또는 “기다려보세요”라고 한마디로 간단히 대답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주가 전망을 한다는 게 쉽지도 않지만 투자하는 자금의 성격이 어떤지,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 어떤 주식, 어떤 펀드인지 모르고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자들에게 보유한 금융자산을 세 개의 주머니에 적절하게 분산해서 관리하고 있는지를 냉정히 살펴본 후에 팔지 말지를 결정하라고 권유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세 개의 주머니란 ‘생계용 주머니’와 ‘트레이딩(trading) 주머니’, ‘자산형성 주머니’입니다.

첫 번째 생계용 주머니는 6개월 안에 지출해야 할 생활비, 자녀학자금,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 비상금을 넣어두기 위한 겁니다. 이 자금은 필요하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이 원금 손실 염려가 거의 없는 저축성 상품에 운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 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트레이딩 주머니에서는 주식 선물 옵션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을 단기간에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고 싶은 자금을 관리합니다. 위험을 각오하고 단기간에 승부를 건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투기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투기 주머니 혹은 대박 주머니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요.

세 번째인 자산형성 주머니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자금, 자녀들 양육비, 결혼자금, 주택구입 자금, 은퇴한 뒤의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 주머니는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주머니라고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 가정에서는 대부분의 금융자산을 생계용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로 관리하고 가장 중요한 자산형성 주머니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투자 상품을 사고팔 때는 노후대비에 가장 중요한 자산형성 주머니에 넣어둘 상품을 골라야 합니다. 물론 이에 맞는 관리원칙도 익혀두어야 하겠지요.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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