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잘 아는, 늘 팔리는 기업에 투자하라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코카콜라-나이키-질레트…

‘버핏 株’ 친숙한 이름 많아

사이다 대표회사 롯데칠성

강력한 ‘독점적 지위’ 가져

《워런 버핏 씨는 정보기술(IT) 주식에는 평생 투자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버핏 씨는 IT산업의 빠른 변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버핏 씨는 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내가 그 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가”(1995년 버크셔 주주총회), “바보조차도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좋은 사업에 투자하고 싶다”(1988년 포천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가 변화가 많은 기업보다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업을 선호한다는 뜻일 것이다.》

버핏 씨의 이러한 투자방식은 그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을 존경하고 유능한 최고경영자(CEO)로 인정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보다 코카콜라 주식을 선호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IT산업의 우량주이며 코카콜라는 음식료 산업의 우량주로 누구나 즐겨 마시는 대표적인 경제적 해자(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들이다.

일반투자가들도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승산이 있다. 이 같은 기업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일수록 좋으며 한마디로 ‘꾸준히 돈 많이 버는 기업, 제품이 주변에서 꾸준히 팔려나가는 기업’을 찾는 것이다.

일례로 사이다를 살펴보자. ‘사이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칠성사이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사이다를 가장 먼저 생산한 기업은 롯데칠성이다. 1956년부터 만들어진 칠성사이다가 이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사이다는 제조과정에서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추가 설비를 도입하는 것 외에 투자도 제한적이다. 이는 성장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집행되는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버핏 씨는 성장을 위해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성장하면서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칠성사이다는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대량생산의 이점을 통해 제품을 싸게 생산해 마진(이윤) 폭이 넓다. 대량 구매를 통해 원료를 싸게 구입하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칠성사이다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한다면 사이다 한 개 생산에 투입되는 설탕, 소다, 캔 구입비용 등은 롯데칠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쟁사는 사업 초기에 낮은 이익을 감수하게 된다. 또 장수하는 제품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 귀중한 무형의 자산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펩시콜라보다 코카콜라를 먼저 떠올리며 스프라이트보다 칠성사이다를 먼저 떠올린다. 사실 스프라이트가 코카콜라에서 제조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많지 않고 칠성사이다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맛과 감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롯데칠성은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으며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경쟁사도 광고를 내보내지만 소비자의 입맛과 마음에서 칠성사이다를 몰아내고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낮은 생산원가와 높은 브랜드 가치는 롯데칠성이 가진 경제적 해자이다. 버핏 씨가 이야기하는 경제적 해자는 롯데칠성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되며 그 해자의 폭과 깊이 역시 아주 오래되고 커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칠성과 사이다는 하나의 예이다. 박카스 농심라면 브라보콘 등 주변에서 누구나 잘 아는, 늘 잘 팔리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핏 씨가 보유한 기업도 당신의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한다. 코카콜라, 질레트, 시즈 캔디, 워싱턴포스트, 월트디즈니, 나이키, 타임과 CNN을 갖고 있는 타임워너, 월마트, 코스트코 등이다.

당신도 생활 속에서 자신이 늘 이용하는 제품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예비가치투자가로서 내가 잘 아는 기업부터 주변에서 찾아보고 공부해 보자.

물론 장기 투자를 할 만한 기업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버핏 씨는 평생 탁월한 기업 세 개를 발견한다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훌륭한 기업이란 “25년이나 30년 동안 변함없이 훌륭한 기업이어야 진정으로 훌륭한 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 버핏 씨는 평생 주식을 열 번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라고 했다. 즉, 사업을 준비하듯이 신중히 공부해 생활 속에서 탁월한 독점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 주가가 하락했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버핏 씨가 한 말이다.

“코카콜라에 관해서라면 미래에 창출할 돈이 얼마나 될지 나는 매우 합리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상위 10위권에 있는 인터넷 회사에 관해서라면 향후 25년 동안 그 기업들이 얼마의 돈을 창출할 것이냐고?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뿐이고 모르기 때문에 나는 투자하지 않는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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