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금융위기도 견뎌낸 적립식 펀드의 ‘뚝심’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펀드 환매가 놀라울 지경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의 환매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2일과 3일 이틀 동안에만 5000억 원 이상의 환매가 이뤄졌다. 이는 3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2007년 5월 코스피가 1,700을 넘어선 뒤 유입된 자금 25조 원 가운데 80%가량인 20조 원은 적립식 펀드에 투자됐다. 꾸준히 불입했다면 최근 코스피가 다시 1,700을 넘어서면서 12∼24%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1,700 고지를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국내 ‘펀드 열풍’이 시작된 것도 1,700을 넘은 2007년 5월부터다. 당시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을 냈고 달러 약세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펀드로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투자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중국 펀드, 러시아 펀드에서 은행 이자로는 벌 수 없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펀드 투자 성공스토리가 이어지면서 펀드 투자경험이 없던 이들도 대거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주식시장은 이미 상승세의 끝자락에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매력은 점차 낮아졌고 중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를 넘어서면서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주가가 떨어지고 펀드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큰 손해를 본 펀드 투자자들은 추가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절매에 나섰다.

하지만 2007년 10월 주가가 2,000을 찍었을 당시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적립식으로 꾸준히 불입한 투자자들은 2년 3개월 만에 15%대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를 했지만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럼에도 환매가 늘고 있는 이유는 적립식 투자를 통해 은행 이자수익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노리기보단 소위 ‘대박’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투자자가 많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등락에도 ‘펀드는 안전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진 이들 또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떠올리며 펀드 환매에 나섰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의 펀드 환매는 그다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최근 국제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를 볼 때 고평가되지는 않은 상태다. 또 최악의 상황으로 지금보다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적립식으로 꾸준히 펀드에 투자한다면 적어도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금융위기를 통해 확인됐다. 지금은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로 현실적인 수익을 노리는 건전한 투자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펀드리서치팀 과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