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경기회복 속도, 美금융부실 해소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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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역시 지나고 나서 보면 정직하다. 물론 주가가 오르다 보면 비이성적으로 좀 더 치솟기도 하고 반대로 떨어질 때는 공포감에 휩싸여 실제 가치보다 더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그 흐름은 경기의 큰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주식시장에 필요한 것은 정책의 힘이 아니라 경기 자체의 자율적인 확장이다. 경기가 침체를 멈추고 반전의 실마리를 찾은 것만으로도 지금의 주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현재 주가가 정당하며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려면 이제 경제에 내재된 방해요소들이 사라지고 경기 스스로 홀로 서야 한다. 경기 회복에는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원화가치 상승과 같은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고용과 소비를 해치는 요소가 아니라 경기 확장의 징표로 인식될 때 주식시장은 비로소 진정한 강세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은 이미 세계적으로 시동이 걸린 상태다. 시중 금리의 상승은 아직 고용 창출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특히 미국은 과도한 부실채권과 가계부채로 세계에서 가장 늦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달러는 좀 더 약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경기보다 앞서 상승한다면 이는 지구촌 증시에 만만치 않은 복병이 될 것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도 최근 경기 호전과 무역수지 흑자를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추가 하락하는 환율은 수출기업들에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경기는 이런 맞바람을 뚫고 제대로 순항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역시 이번 ‘경기의 진실성’에 달려 있다. 당초 글로벌 경기에 타격을 준 태풍의 핵인 미국 금융부실이 이미 충분히 해소된 상태라면 앞으로 경기는 어지간한 방해꾼에도 흔들림이 없이 수요를 창출해갈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좀 더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주제라면 탄력적인 경기 회복은 지연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미국 부실채권 문제는 다가오는 경기 회복의 제2라운드에서 시장의 향방을 정할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될수록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같은 과거 호재들은 힘을 잃고 주식시장에는 새로운 짐들이 부각될 것이다.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서는 주가가 새로운 국면을 만나기 힘들다. 주가가 새로운 방향을 잡으려면 이 난기류를 뚫고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가을은 하루하루 주가 변동이 심하고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매일 아침 신문지면을 장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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