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제계에선]건설사 임원들 ‘안부전화 사절’ 불문율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대형업체까지 간부급 감원태풍… “내 코가 석자” 좌불안석

○…올해 들어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건설업체 임원들 사이에서는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의 거취에 대해 먼저 묻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임원 감원 태풍이 대우건설 등 대형 업체는 물론이고 최근 1차 구조조정 발표로 워크아웃 대상이 된 중견 건설업체까지 몰아치면서 갑자기 회사를 떠나는 임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 A건설사 임원은 “한 건설사 임원이 전화로 다른 회사의 인사 문제를 물었다가 상대방이 퇴출 통보를 받은 상태라는 것을 알고 난처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생긴 신풍속도”라며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창 일할 나이고 자녀 교육 등에 돈도 가장 많이 들어갈 때인데…”라며 한숨.

포스코 직원들 올 소득 감소 “평균 1000만 원 안팎”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포스코가 올해는 벌써부터 직원들이 ‘실질 임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어 급격히 악화된 철강업계의 경영환경을 실감. 포스코는 기본급 이외에 영업이익의 약 5.5%를 경영 성과급으로 받는 직원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1월부터 감산에 들어가는 등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포스코의 한 직원은 “부서나 직원에 따라 올해 직원의 실질 소득 감소가 지난해 임금의 15∼20%로 평균 1000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설명. 포스코는 이미 전 임원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화장실 경영’ 인기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의 이른바 ‘화장실 경영’이 화제. 차 사장은 2007년부터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했던 말이나 자신의 평상시 삶에 대한 철학 등을 ‘CEO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사내(社內) 화장실 칸마다 게시해 왔음. 이를 통해 직급과 관계없이 직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게 차 사장의 목표라고. 회사 관계자는 “‘건방질 정도로 당당한 인재가 됩시다’ 등 젊은 직원들도 쉽게 공감할 만한 ‘발랄한’ 메시지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언.

오비맥주 비밀리에 ‘새 주인 찾기’

○…지난해 말 오비맥주 측이 “본사로부터 매각 방침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실제론 ‘새 주인’ 찾기에 전력투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눈길.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매각 주간사회사로 거론되던 증권사들이 지난해 ‘업종과 상관없이 실적만 좋으면’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 이와 관련해 인수 러브콜을 받은 한 소비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업종과 주류는 영업 방식이 다르다”며 거절했다고. 한편 현재는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의 관심사.

KT-SKT, 상대방 치켜세워 몸 낮추기 경쟁

○…통신업계 1, 2위인 KT와 SK텔레콤이 때아닌 몸 낮추기 경쟁을 벌여 눈길. 지난해 실적에 대해 KT는 “4분기 매출에서 SK텔레콤이 KT를 앞섰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SK텔레콤은 “연간 매출에서는 KT가 여전히 1위”라는 점을 부각. SK텔레콤은 3일 주요 언론에 ‘KT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런 보도가 나온 배경이 뭐냐”며 민감한 반응. 두 회사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KT-KTF 합병 시도를 앞두고 서로 상대방이 독점적인 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재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

비공개 진행 놓고 설왕설래

○…기획재정부가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갑자기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통보해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장관의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포토세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회의가 끝나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던 평소 모습과 대조적이기 때문.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내정된 강만수 장관이 후임 윤증현 장관 내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강 장관이 주재한 회의’라는 표현이 나올까봐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 다른 당국자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지식경제부 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

은행 자본확충펀드 출범 못해 지지부진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한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당초 출범 예정이던 1월 중순을 훨씬 넘기고도 진척이 없자 일각에선 ‘실기(失期)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산업은행, 국민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자본확충펀드 참여 기관들은 실무자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펀드 구조 및 운용 방법 등을 놓고 결론을 못 내리는 실정. 또 금융 당국은 “자본확충펀드는 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경영 간섭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정부가 지원을 빌미로 경영권 간섭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는 상황.

<산업부·경제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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