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시리즈 결산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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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 연재된 동아일보의 2007년 장기 기획 시리즈 ‘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 1부 및 2부가 14일 디지털영상장치 생산업체인 아이디스(IDIS)를 마지막으로 소개하며 막을 내렸다.

본보는 1부 해외편(1∼3월)에서 세계 12개국의 초일류 중소기업 20개사를 찾아가 세계적 경쟁력의 현주소와 그 비결을 소개한 데 이어 2부 국내편(4∼7월)에서는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작지만 강한 기업’ 20개사를 심층 분석했다. 이번 취재 결과 국내외 세계 최강 미니기업 40곳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고객의 신뢰를 가장 중시하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간부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글로벌 마인드

세계 최강 미니기업들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경영이념을 갖고 있었다.

캐릭터 완구를 만드는 한국의 오로라월드는 1990년대 들어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이 추격해 오면서 위기에 빠지자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정공법을 택해 성공을 거뒀다.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코아로직은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창궐하기 시작할 당시인 2003년 4월 모두 중국을 떠날 때 역으로 중국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로 인해 코아로직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CAP)는 2003년과 2004년에 중국산 휴대전화의 80%에 쓰였다.

1995년 이전까지 내수 시장에 의존하던 호주의 치즈 생산업체 베가치즈는 몸집을 키우고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동남아시아 시장, 2001년 중동지역 등으로 판로를 넓히면서 지금은 세계 50개국에 치즈를 수출하고 있다.

○ 고객의 신뢰 중시

이들 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은 수백억 원 규모의 ‘좁은 시장’이어서 그런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평판이 중요하다. 고객의 신뢰를 한 번이라도 잃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오토바이 경기복 제조업체인 한일의 박은용 회장은 바이어를 만날 때 모든 정성을 다 쏟는다. 납기일을 못 맞출 것 같으면 손해를 무릅쓰고 제품을 비행기로 보낸다. 운송비를 감안하면 적자가 나지만 바이어들은 한일을 믿는다.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YG-1은 창업한 지 1년도 채 안 돼 미국으로부터 3만 달러어치의 첫 주문을 받으면서 순탄한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선적을 눈앞에 두고 제품의 사소한 결함을 자체적으로 발견하고 고민 끝에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

덴마크의 성분분석기 제조회사인 포스는 연구개발(R&D) 분야 직원들을 수시로 해외로 보내 고객의 요구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 발로 뛰는 CEO

세계 최강 미니기업의 CEO들은 직접 기업을 일궈냈기 때문에 기술개발에서부터 영업, 고객관리까지 직접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플라스틱 금형 사출기 부품을 제작하는 유도실업이 보유한 특허 80개 중 50개는 이 회사 유영희(60) 회장에게서 나왔다. 유 회장은 지금도 해외 출장 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회사로 전화를 걸어 도면을 제작해 놓으라고 요청할 정도로 기술개발을 직접 챙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헤어드라이어를 만든 유닉스전자 이충구 회장은 지금도 신제품이 나오면 미용사들 앞에서 직접 시연해 보인다.

세계 자동화 로봇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인 스위스 귀델의 루돌프 귀델 사장은 직접 설계에 참여한다. 평소에도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

이런 CEO들의 열정은 자연스럽게 전파돼 임원부터 젊은 직원까지 모두 ‘한번 해 보자’는 의욕이 충만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취재팀



■ 뜨거웠던 독자 반응

‘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 시리즈가 연재되는 동안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올해 1월부터 게재된 시리즈 1부 해외 기업에 이어 4월부터 2부 국내 미니기업편이 시작되자 많은 독자는 전화와 e메일 등으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이처럼 든든한 중소기업이 있어 뿌듯하다”고 격려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외부 강연을 할 때 동아일보 시리즈에 나간 기사를 자주 인용하면서 청중에게도 꼭 읽어 보라고 권유하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꿈꾸는 중소기업인들은 ‘벤치마킹’의 좋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시리즈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본보 보도로 사업 아이템을 찾아 창업에 나선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소개된 기업에 투자를 결심했다는 독자도 적지 않았다.

중장비부품 제조업체인 진성티이씨가 소개된 뒤 한 독자는 “탄탄한 회사라고 알고 있었지만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고 투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한 기업 임원은 이미지센서 패키징 업체인 옵토팩에 대해 “투자를 하고 싶은데 비상장 회사여서 방법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국내 침구 수예용품 업체인 ‘페브’는 욕실매트 제조업체인 체코의 그룬트가 소개된 뒤 체코 본사와 직접 접촉해 4월부터 이 회사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시리즈에 소개된 국내외 40개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1차로 KOTRA의 도움을 얻어 후보를 추려낸 뒤 다시 본보 경제부가 매출액, 세계시장 점유율, 기술 경쟁력, 회사의 전통과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회사를 선별했다.

이번 취재를 위해 특별취재팀 기자들은 국내외 곳곳을 누볐다. 해외 취재 거리는 약 10만7200km로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돈 셈이다. 국내 기업 취재를 위해서도 서울은 물론 지방의 여러 도시를 찾아갔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기자는 부서가 바뀌기도 했지만 끝까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번 시리즈를 책으로 내놓기를 부탁해 온 독자도 많았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곧 이번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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