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왕초보 탈출 전략]투자 설명서만 꽉 잡아도…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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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에는 투자설명서라는 게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가이드북 하나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투자설명서가 있으면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가 어떤 것인지 훤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투자설명서는 두껍고 생소한 용어가 많아 읽기가 매우 힘들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부터 펀드 가입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게 3, 4쪽짜리 요약본을 만들도록 했지만, 이것도 읽기가 간단치 않다. 다음은 한국투자증권 ‘한국 월드와이드 럭셔리 종류형 주식투자신탁 P-1호’의 실제 투자설명서의 주요 항목이다. 이것만 이해하면 설명서 독해법은 터득한 셈이다.》

① 신탁계약기간

해당 펀드가 존속하는 기간이다. 모집 기간에 들어온 고객 돈만을 운용하는 단위형은 구체적으로 신탁기간을 1년, 2년 식으로 정해 둔다. 하지만 추가형은 ‘최초 설정일로부터 투자신탁의 해지일까지’로 표현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돈을 다 찾아가 더는 상품으로 존속시킬 필요가 없을 때 펀드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무기한’인 셈이다.

② 종류

주식형은 고객이 맡긴 돈의 60% 이상을 주식이나 주식 관련 파생상품(주가지수선물, 옵션)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추가형은 언제라도 추가로 돈을 넣어 펀드의 설정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종류형은 하나의 펀드 안에 투자기간, 투자금액에 따라 수수료와 판매보수를 달리하는 여러 개의 클래스(종류)로 구성된 펀드를 말한다.

③ 주요 투자전략

펀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고객이 맡긴 돈을 이런 식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여기선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세계적인 명품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④ 주요 투자위험

펀드는 투자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따라서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 항목은 주식가격변동 위험, 환율변동 위험, 시장 위험, 금리변동 위험 등 고객들에게 펀드 운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리스크 요인들을 적어 놨다.

⑤ 투자 위험에 적합한 투자자 유형

이 상품은 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데다 외국 주식 투자로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증시 상황에 따라 크게 수익이 날 수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투자위험을 5개 등급으로 나눠 보면 위험도가 1등급으로 아주 높다. ‘나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는 투자자만이 이 상품을 사는 데 적합하다. 만약 ‘나는 원금 손실은 눈 뜨고 못 본다’는 투자자라면 이 상품에 가입하면 안 된다. 투자자에게 투자위험을 다시 한 번 고지하는 셈.

⑥ 투자실적 추이

연도별 수익률을 말한다. 이 펀드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해당사항 없음’으로 돼 있다.

⑦ 수수료 및 보수

선취판매수수료 1.0%라고 돼 있다. 선취는 펀드에 가입할 때 미리 납입금액의 1년치 수수료를 떼는 것이다. 선취는 원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후취수수료는 원금과 발생하는 이자를 합산해 매일 계산한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선취수수료가, 1년 이내의 단기투자라면 후취수수료가 유리하다. 환매수수료는 중도 인출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다. 이 펀드는 돈을 맡긴 지 30일 미만일 때 원금을 찾으려면 그때까지 발생한 이익금의 70%를 내놓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돈을 맡긴 지 90일 미만일 때 이익금의 70%를 내놓아야한다. 운용사는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이런 규칙을 만들어 놨다.

⑧ 신탁보수

재산을 운용해 준 대가로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내 돈을 잘 굴려 줬으면 거기에 대한 보상을 운용사에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 펀드는 판매회사 보수, 수탁회사 보수 등을 합해 연평균가액의 1.86%를 총보수 비율로 정하고 있다.

⑨ 과세

펀드의 수익자는 주식 투자로 거둔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지만, 그 외 투자(채권 파생상품 등)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선 소득세 14%와 주민세 1.4% 등 15.4%를 세금으로 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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