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스무살 된 ‘미래에셋’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제2 도약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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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 15개국에 법인-사무소 설립… 30여 개국에서 펀드 판매


1997년 7월,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던 인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은 모험을 시작했다. 전 직장 후배 여덟 명을 데려다 자본금 100억 원짜리 벤처캐피털을 차린 것이다. 연봉 10억 원을 주겠다는 외국계 증권사의 제안도 뿌리친 터였다. 그나마도 서울지역 최소 등록요건인 자본금 300억 원을 맞출 수 없어 광주시에 등록했다. 그렇게 초라했던 첫 모습은 20년이 지나 자본금 13조6000억 원, 직원 1만1600명의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이달 1일 미래에셋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벤처캐피털로 출발한 미래에셋은 자산운용과 증권, 생명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종합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자산운용은 미래에셋의 성장 발판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1998년 국내 최초의 공모펀드인 ‘박현주 1호’를 내놓으며 국내 재테크 시장 판도를 바꿨다. 판매 2시간 만에 판매액 500억 원을 채우는 등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어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펀드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 3억 만들기 적립식 펀드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미래에셋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2003년 홍콩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진출 14년 만에 미래에셋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경제의 중심인 영미권에 진출했고,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까지도 발을 넓혔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은 세계 15개국에 법인 및 사무소를 설립하고 30여 개국에서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국내 최초로 해외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수출하기도 했다. 2011년 홍콩 거래소에 ‘TIGER KOSPI200 ETF’를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에는 캐나다 1위 ETF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미래에셋은 올해 5월말 기준 6개국에 227개의 ETF를 공급하고 있으며 운용규모는 16조 원이 넘는다.

미래에셋은 다양한 상품과 안정적인 수익성과를 통해 연금시장에서도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셋 금융계열사의 연금자산은 26조 원이 넘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수탁고 모두 업계 1위로 전체 연금펀드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다. 운용업계 최초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마케팅본부를 각각 신설해 연금시장 공략을 위해 선도적으로 움직여 왔다. 증권업계 연금저축 적립금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경쟁력 있는 상품과 차별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연금 자산관리를 돕고 있다.

미래에셋은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시네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국내 여러 금융사의 투자를 끌어냄으로써 나이키와 캘러웨이 등 경쟁자를 제치고 거대 인수합병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인수한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는 국내 자본이 중국 대표 경제 중심지인 푸둥 지역에 투자해 매입한 유일한 건물이다. 동방명주와 시티그룹타워 등 중국의 상징적인 건물들과 나란히 서 있는 미래에셋타워의 현재 가치는 매입 가격보다 4배 이상 많은 1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산에 있어서도 해외 우량 오피스빌딩부터 국내외 호텔, 물류센터 등으로 대상을 다각화하고 있다. 올해 3월 호주 수도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 연방정부 교육부 청사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내놓으며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을 인수하고 미래에셋대우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자기자본 6조6000억 원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전문가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역량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금융산업 혁신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24일 네이버와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의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향후 디지털금융 전반에 대한 국내외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사업분야에서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금융정보#미래에셋#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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