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 vs Bear]월드컵 타는 갈증 ‘암반수’로 카~아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물로 도약했던 하이트맥주가 또 다른 물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1993년 ‘지하 150m 천연암반수’라는 무기를 들고 나와 3년 만에 OB맥주를 끌어내리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소주 부문 최강 진로를 인수하자 주류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적과 주가는 모두 하락세다. 시장점유율은 굳건하지만 맥주 시장 자체가 침체된 영향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홍성수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맥주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이의섭 연구원은 “바닥을 치고 오를 때가 됐다”고 맞섰다.》

○ “맥주 시장 회복 어려울 것”

맥주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주다. 두산의 야심작 ‘처음처럼’은 알칼리수를 앞세워 최단 기간(50일) 100만 상자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이트맥주가 자회사인 진로의 시장점유율과 맥주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순한 소주가 일반화되면서 맥주의 주요 소비자인 여성과 젊은 층이 소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음과 폭식을 멀리하는 참살이(웰빙) 풍조도 맥주 소비층을 포만감이 적은, 낮은 도수의 소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여럿이 모여 앉아 대용량의 맥주 피처를 돌리던 1990년대 젊은 층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양한 술 종류로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

홍 연구원은 “맥주 판매량은 2002년 이후 계속 감소세”라며 “지난해 내수 시장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맥주 판매량이 2004년보다 3.9% 줄어든 것은 술을 소비하는 패턴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도 실적을 떨어뜨린 원인이다.

홍 연구원은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는 맥주뿐 아니라 내수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이었다”며 “월드컵 특수를 노린 맥주 마케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역으로 부담만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 12만9000원을 제시했다.

○ “일시적 부진… 성장 여력 크다”

반면 이 연구원은 일시적인 실적 부진이 주가를 지나치게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에 문제가 있기는커녕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며 “맥주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보다 5%포인트 정도 높아졌기 때문에 침체된 시장이 회복되면 실적이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부터 맥주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중간 도매업체들의 재고 정리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처음처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1분기(1∼3월) 진로의 시장점유율 감소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맥주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마케팅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마침 개최국이 ‘맥주의 나라’ 독일이라는 사실도 맥주 붐을 조성하기에 긍정적 요인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진로의 재상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등 하이트맥주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5만2000원을 제시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