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공종식/갈수록 작아지는 ‘정부의 손’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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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금융시장은 고(高)유가 중국쇼크 등의 악재가 몰아닥치면서 요동을 쳤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20여일 전과 비교해 200포인트 가량 폭락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금융시장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주식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대답을 듣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었나요?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주식시장에 잘못 개입했다가는 집단소송감입니다.”

그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주식시장이 급등할 경우 주가하락을 예상해 선물(先物)을 대량 매도한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당장 소송을 걸 것이랍니다.

이후 국내 금융시장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공무원들을 만나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사실 정부가 증시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결국 정부로선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 붕괴’ 수준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단기적인 대책을 쓰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요즘 정부 역할을 놓고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큰 흐름을 결정하는 데 ‘정부의 손’은 갈수록 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재정’이라는 툴을 통해 경기를 진작하거나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의 거대한 흐름으로 보면 정부보다는 시장의 힘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외국의 시장 참여자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결국 정부의 영향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만큼 정책의 초점도 시장 개입보다 시장 활성화에 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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