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공조·경기부양 노력 내년 하반기 효과 보일듯”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가 세계를 휘몰아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주요국 증시가 고점(高點) 대비 반 토막 이하 또는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앞을 다퉈 증시를 떠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극심한 실물경기 침체’라는 2차 쇼크까지 겹쳐 증시는 더욱 힘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지금이 바닥권인지, 언제쯤이면 반등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하기를 꺼린다. 빛도 삼켜버린다는 블랙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증시의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역사적인 위기’를 ‘역사적인 기회’로 인식한 고액 자산가들의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격언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이들은 일반 투자자와는 다른 ‘역발상’ 투자를 통해 ‘한몫 잡기’에 나서고 있다.
○ 바겐세일 때 사서 오르면 판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9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후 지난달 글로벌 증시는 독감에 걸린 듯 심한 몸살을 앓았다. 앞으로 다가올 심각한 경제위기를 예고하며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주식을 마구 내던졌다.
하지만 이런 혼돈의 와중에도 청개구리처럼 주식을 대거 매수한 사람들도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한국 증시가 1,000 선 붕괴를 앞두고 폭락을 거듭하던 지난달 중순 한국 중국 대만 등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12일 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에 참석해 이 사실을 공개한 그는 “지금이 저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투자하면 4, 5년 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0월 16일 6,092.06으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올 6월 12일(2,957.53) 3,000선이 붕괴돼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이어 9월 16일(1,986.64) 2,000 선마저 붕괴된 후 11월 4일에는 1,707.7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도 14일 기준(1,088.26)으로 봤을 때 역대 증시 고점인 지난해 10월 31일(2,064.85)에 비해 976.59포인트(47.3%) 하락해 반 토막 수준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지자 한국에서도 ‘저점 진입’을 노리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가진 모 중견그룹 회장이 주요 증권사로부터 정기적인 브리핑을 받으면서 주식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떠돈다.
뭉칫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개인 고객예탁금도 14일 현재 10조6283억 원으로 10월 1일(9조692억 원)에 비해 1조5000억 원가량 늘었다. 증권업계는 최근 유입되는 개인 투자금 중 상당액이 수억 원대 현금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바닥 치는 데 상당한 시간 걸릴 수도
1930년대 대공황기는 주가 폭락은 물론이고 모든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는 시기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932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1929년 기준)은 1932년에 비해 30%나 감소했고 산업생산은 1933년까지 계속 하락했다.
실물경제 후퇴가 지속되면서 미국 증시가 바닥을 형성하는 데는 2년 8개월이 걸렸다. 1929년부터 폭락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32년 바닥을 찍은 후 완만하게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한국 증시는 경제위기가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한정된 데다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정보기술(IT) 투자 붐에 힘입어 ‘V’자로 반등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가의 반등 패턴은 결국 실물경제의 회복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정책공조와 각국의 경기부양 노력으로 2010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경기를 선반영하는 증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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